자칫 시리즈 분위기를 완전히 내줄 수도 있었던 순간, 시라카와 케이쇼가 KIA 타이거즈를 구했다. 이범호 감독이 “101점을 주고 싶다”고 극찬할 만큼 온 힘을 쏟아낸 반전투였다.
KIA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마감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 28일 첫 경기에서 선발 애덤 올러가 1회에만 8실점하며 무너졌고, KIA는 초반 열세를 끝내 뒤집지 못한 채 5-12로 패했다.

첫판을 내주면서 29일 선발로 나선 시라카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상대 선발은 당시 8승 무패를 달리던 삼성 양창섭이었다. 선발투수의 시즌 성적과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삼성 쪽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KIA 타선이 1회에만 6점을 뽑아내며 시라카와의 부담을 덜어줬고, 시라카와도 공격적인 투구로 기대에 부응했다. 5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봉쇄하며 시즌 3승째를 따냈다. KIA는 9-4로 승리하며 하루 전 대패를 설욕했다.

시라카와는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77에 머물렀고, 한 차례도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3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그만큼 삼성전 호투는 KIA에도, 시라카와 개인에게도 의미가 컸다.
이범호 감독은 시라카와에게 다시 선발 기회를 부여하면서 과감한 승부를 주문했다.
이 감독은 “시라카와에게 다시 선발로 쓰겠다고 이야기하면서 공격적으로 가자고 했다. 구위는 좋은데 볼넷 때문에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 더 과감하게 던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포수 김태군의 적극적인 리드도 시라카와의 반등에 힘을 보탰다.
이범호 감독은 “김태군도 시라카와가 과감하게 던질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런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라카와의 투구에는 이닝을 길게 끌고 가려는 계산보다 당장 눈앞의 타자를 막겠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범호 감독은 “시라카와에게 101점을 주고 싶다”며 “보통 선발 투수들은 이닝을 끌고 가면서 상황에 따라 힘을 조절하지만, 시라카와는 자신이 가진 것을 전부 던졌다. 그런 부분이 정말 고마웠다”고 극찬했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양창섭은 올 시즌 한 번도 패하지 않을 만큼 좋은 흐름과 운을 갖고 있던 투수”라며 “시라카와의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타자들이 초반부터 경기를 잘 풀어준 덕분에 마음 편히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IA는 시라카와의 호투로 시리즈 균형을 맞춘 뒤 30일 최종전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선발 맞대결에서 KIA 제임스 네일은 6이닝 10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버텼다. 반면 KBO리그 데뷔 후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던 삼성 크리스 패덱은 홈런 3방을 허용하는 등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KIA는 12-3 대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삼성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둘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첫 경기에서 7점 차로 완패한 뒤 자칫 시리즈 전체의 흐름까지 넘겨줄 수 있었던 KIA. 그 위기에서 시라카와가 5이닝 1실점의 혼신투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KIA의 대구 원정 위닝시리즈는 시라카와의 101점짜리 투구에서 시작됐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