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생사 길흉화복이라는 말이 있다. 데이브 로버츠(54) LA 다저스 감독이 11년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이 됐다면 메이저리그 역대 최소 1000승 사령탑이 될 수 있었을까.
다저스는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유튜브를 통해 로버츠 감독의 1000승 기록까지 걸어온 지도자 커리어를 조명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1일 애슬레틱스전에서 개인 통산 1000승 위업을 세웠다. 리그 역대 69번째 기록으로 최소 1606경기 만에 달성한 기록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 2009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 보스턴 레드삭스 전담 해설가로 일하다 샌디에이고 운영팀에 특별 보좌로 합류했고, 2011년부터 샌디에이고 1루 주루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4년부터 벤치코치를 맡아 버드 블랙 감독을 보좌한 로버츠는 샌디에이고의 차기 감독감으로 평가됐다. 2015년 6월16일 블랙 감독이 경질되면서 마침내 로버츠에게 기회가 왔다. 감독대행으로 지도력을 시험받는가 싶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 다음날 트리플A 사령탑이었던 팻 머피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31/202607312118779428_6a6caa30d50d1.jpg)
로버츠는 단 1경기(6월16일 오클랜드전 1-9 패배)만 지휘하며 다시 벤치코치로 돌아갔다. 그는 “블랙 감독을 제외하면 나보다 팀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시당하며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하지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11년 전을 돌아봤다.
![[사진] 샌디에이고 코치 시절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31/202607312118779428_6a6caa314bc1e.jpg)
감독이 될 기회를 놓쳤지만 전화위복이었다. 그해 디비전시리즈 패배로 우승 도전이 좌절된 다저스가 돈 매팅리 감독과 결별하며 새로운 사령탑을 찾았고, 로버츠에게도 면접 기회가 왔다. 처음에는 유력 후보가 아니었지만 면접 후 다저스는 로버츠를 새 감독으로 사실상 낙점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사장은 “당시 로버츠에게 어떻게 면접 기회가 갔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샌디에이고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꽤 많이 채용했는데 그들이 로버츠에 대해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했다”며 “감독 선임 절차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의 경력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뒤처졌다. 하지만 첫 면접이 끝난 뒤 유력한 후보가 됐다. 그는 우리가 준비해둔 질문에 대해 이상적인 답변을 미리 보고 온 것처럼 답했다”고 떠올렸다.
로버츠도 다저스 감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면접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처음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아내가 ‘면접관들은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니 속일 수 없을 것이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며 “내가 만약 거기서 감독이 되지 못했다면 애초에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면접을 정말 잘 봤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사진] 2015년 12월 다저스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31/202607312118779428_6a6caa31cfb02.jpg)
당시로선 파격적인 선임이었지만 다저스 역사상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됐다. 로버츠 감독 체제에서 다저스는 지구 우승 9회 포함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월드시리즈 우승 3회 위업을 세웠다. 2020년 첫 월드시리즈 우승 전까진 큰 경기에서 잦은 투수 교체 실패로 경질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구단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서 감독으로서 성장을 거듭했다.
스타 선수들이 넘치는 다저스 클럽하우스가 잡음 없이 하나로 단단히 뭉칠 수 있는 데에는 로버츠 감독의 남다른 리더십이 있다. 선수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동기 부여를 이끌어낸다.
무키 베츠는 “로스터가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의 개성과 자존심을 잘 다스리며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로버츠 감독을 야구의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했는데 그게 딱 맞는 표현이다.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니는 분이다”고 말했다. 프레디 프리먼도 “다저스에 온 지 5년째인데 로버츠 감독은 야구보다 나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신경 써준다. 나를 아껴주는 로버츠 감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몸을 바칠 수 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프레디 프리먼과 대화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31/202607312118779428_6a6caa3237cc4.jpg)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것도 감독의 복이다. 로버츠 감독이 11년째 다저스를 이끄는 사이 샌디에이고는 5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로버츠 감독은 “사람들이 ‘만약 그때 샌디에이고 감독이 됐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랬다면 다저스가 6년 동안 세 번이나 우승을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 인생 최고의 행운인가?’라는 질문에 로버츠 감독은 “물론이다. 단 한 가지도 바꾸고 싶지 않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살면서 지나봐야 안다. 여기서 세 번이나 우승했고, 스포츠계에서 나보다 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고 성적(69승40패 승률 .633)를 질주 중인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3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waw@osen.co.kr
![[사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통산 1000승을 달성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7/31/202607312118779428_6a6caa328c93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