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무리뉴(63)가 레알 마드리드 시절 이케르 카시야스와 충돌했던 이유를 직접 털어놨다. 무리뉴가 기억하는 갈등의 시작은 자신의 독단적인 선수 관리가 아니었다. 카시야스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이 이미 너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영국 'BBC'는 10일(한국시간) 무리뉴의 커리어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며 그의 레알 마드리드 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무리뉴와 카시야스의 관계는 레알에서 가장 유명했던 내부 갈등 중 하나였다. 당시 주장이자 구단의 상징이었던 카시야스는 결국 무리뉴 체제에서 벤치로 밀려났고 두 사람의 관계는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악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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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야스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무리뉴와 나의 관계는 매우 차가웠다. 당시 상황은 결국 줄이 끊어질 정도까지 갔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당시 레알에서 뛰었던 사미 케디라는 두 사람의 갈등이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커룸 전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케디라는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고 모든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였다. 무리뉴는 그를 벤치에 앉혔고 대화하지 않았으며 언론에서도 좋지 않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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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뒤 라커룸은 악몽 같은 분위기가 됐다. 무리뉴와 많은 선수들의 관계가 무너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같은 선수들이 그랬다"고 전했다.
무리뉴가 밝힌 이야기는 달랐다. 자신과 카시야스 사이에 문제가 생긴 배경에는 선수단의 태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카시야스와 나눈 첫 세 차례의 대화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무리뉴는 "카시야스와 처음 세 번 대화했을 때가 기억난다. 첫 번째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휴가를 더 늘려달라는 요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마드리드의 교통체증 때문에 훈련 시간을 한 시간 늦춰달라는 요청이었다. 세 번째는 경기 전 호텔에 들어가지 않고 경기 당일 바로 경기장으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무리뉴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이었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이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카시야스는 당시 레알의 주장인 동시에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다. 대표팀에서는 바르셀로나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무리뉴 체제에서 문제가 된 또 다른 지점이었다.
당시 레알과 바르셀로나의 경쟁은 극단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었다. 카시야스는 무리뉴가 바르셀로나 소속 스페인 대표팀 동료들을 대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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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는 클럽과 대표팀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다. 대표팀에 가면 그 선수와 포옹해도 된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카시야스는 레알의 상징이었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주장이었고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핵심 선수였다.
무리뉴는 이런 위치가 선수에게 예외를 허용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카시야스가 요청한 휴가 연장과 훈련 시간 변경, 경기 전 호텔 합숙 제외 등이 쌓이면서 선수단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주어지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결국 충돌은 경기 출전으로까지 이어졌다. 무리뉴는 카시야스를 주전에서 제외했고 레알의 오랜 주장이 벤치에 앉는 장면은 스페인 축구계에 거대한 논쟁을 불러왔다.
카시야스와 무리뉴의 관계는 끝내 회복되지 않았다. 케디라의 증언대로 갈등은 라커룸으로 번졌고 호날두와 라모스 등 다른 핵심 선수들과 무리뉴의 관계까지 흔들렸다.
다큐멘터리에서는 무리뉴의 다른 굵직한 갈등과 선택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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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는 2013년 레알을 떠날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기로 사실상 합의했었다고 밝혔다. 퍼거슨 역시 무리뉴에게 직접 자리를 제안했고 자신은 그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고 인정했다.
최종 선택은 첼시였다.
퍼거슨은 당시 무리뉴가 밤늦게 전화해 울면서 "알렉스, 나는 못 가겠다. 첼시에 이미 약속했고 그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무리뉴는 "퍼거슨의 후임 제안을 받은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면서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뒤에는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거슨의 뒤를 이을 기회를 놓친 것은 내게 엄청난 일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첼시 시절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구단주와의 충돌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2006년 안드리 셰우첸코 영입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무리뉴는 "아브라모비치는 축구에 엄청난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셰우첸코 영입은 구단주와 에이전트 사이의 관계 때문에 테이블에 올라왔다. 나는 그를 영입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원했던 공격수는 사무엘 에토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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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는 이후 인터 밀란을 이끌던 2010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첼시를 만났다. 친정팀을 꺾은 뒤 결국 대회 정상까지 올랐다.
그는 당시 첼시전을 두고 "솔직히 말하면 그 경기는 로만과 싸운 경기였다. 나를 해고한 사람과 싸우는 경기였다"며 "나는 행복하게 집에 갔고 그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복수가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수많은 충돌 가운데 레알 시절 카시야스와의 갈등은 여전히 무리뉴 커리어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당시에는 레알의 상징을 벤치로 내린 무리뉴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무리뉴가 이번에 꺼내놓은 기억에서는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카시야스가 주장이라는 위치에서 휴가 연장, 훈련 시간 변경, 경기 전 합숙 제외를 연이어 요청했고, 무리뉴는 이를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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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에게 문제는 이름값이 아니었다. 감독이 설정한 기준을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레알의 절대적인 상징이었던 카시야스도 그 예외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이 무리뉴가 13년이 흐른 뒤 다시 꺼내놓은 당시 갈등의 설명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