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매년 심해지는 폭염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K리그의 추춘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 보호를 넘어 아시아 무대 경쟁력과 이적시장 운영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춘추제를 고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수협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극심한 기후 위기와 여름철 폭염으로부터 선수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K리그의 아시아 내 주도권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춘추제를 추춘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K리그는 봄에 시즌을 시작해 가을에 마무리하는 춘추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7~8월 한여름에도 리그와 컵대회 일정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야간에도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높은 활동량과 신체 접촉이 반복되는 축구 특성상 온열질환과 근육 부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게 선수협의 설명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13/202608131550778870_6a7d6a4ec94ff.jpg)
이근호 선수협 회장은 "최근 전국 고교축구대회가 오후 6시 킥오프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그보다 조금 앞선 오후 5시 30분에 열린 전국여자선수권대회에서 중학교 선수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은 매우 안타까웠다"라며 "오후 5시, 6시, 7시는 선수들이 체감하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지금 같은 찜통더위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선수협은 현재 K리그의 폭염 대응책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현행 기준상 기온이 32도 이상일 경우 약 3분간 쿨링 브레이크를 실시할 수 있지만, 짧은 휴식만으로 온열질환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WBGT(습구흑구온도) 28도를 넘어설 경우 경기를 연기하는 내용의 폭염 대응 프로토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선수협은 최근 8월 폭염 속에서 치러진 여자 코리아컵 오후 4시 경기 일정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선수협이 제시한 해법은 혹서기 자체를 리그 일정에서 비우는 것이다. 가을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봄에 마치는 추춘제로 전환하면 가장 무더운 시기를 피해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추춘제 필요성을 선수 안전에만 한정하지도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23-2024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추춘제로 바꿨고, 일본 J리그도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를 도입한다. 유럽 주요 리그 역시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13/202608131550778870_6a7d6a4f1431a.jpg)
선수협은 K리그가 춘추제를 유지할 경우 이적시장과 국제대회 일정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 리그와 이적시장 시기가 어긋나 선수 영입과 이적료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K리그 구단 역시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즌 초반의 다른 국가 팀들과 맞붙는 구조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추춘제 전환에 대한 우려도 분명하다. 국내는 겨울철 한파와 폭설이 잦아 12월부터 2월 사이 경기장 잔디 관리와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수협은 이 문제를 약 2개월의 겨울 휴식기로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12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윈터 브레이크를 편성하면 혹한기 경기와 폭설로 인한 일정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근호 회장은 "한겨울에 적절한 휴식기를 보장받는 것이 여름 뙤약볕 아래서 리그와 컵대회를 병행하며 신체를 혹사하는 것보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경기력 유지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장 난방 시설 확충과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 등 인프라 개선 역시 장기적인 리그 가치 상승을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선수협은 폭염 대응과 선수 보호, 국제대회 일정, 이적시장 정합성까지 모두 고려하면 추춘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K리그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요구가 현장에서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