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스피드업이다.
KIA 타이거즈 좌완 이의리(24)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2026시즌을 보내고 있다. 팔꿈치 인대 재건수술과 재활을 마치고 선발로 복귀했으나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이런저런 반등의 방법을 찾다 일본의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후반기부터 불펜투수로 변신하더니 158km까지 던지는 마무리까지 올라섰다.
지난 15일 두산 베어스와의 광주경기에서 압권의 투구를 했다. 6-1로 앞선 9회초 등판했다. 5점차 상황이라 부담도 크지는 않았지만 과연 잘 던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표도 살짝 붙었다. 결과는 2루수 뜬공, 좌익수 뜬공, 안타, 삼진이었다. 1안타를 맞았지만 볼넷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초구부터 153km짜리 볼을 뿌리더니 김대한에게 던진 7구 몸쪽 직구가 158km을 찍었다. 김대한은 이 광속구를 중전안타로 만들어내 박수를 받았다. 이의리는 자신의 역대 최고구속이었다. 삼성의 좌완 배찬승도 158km를 던진 바 있다. 좌완 투수 가운데 가장 볼이 빠르다. 이러다 160km까지 찍을 태세이다.

이범호 감독은 "의리가 등판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현재 가장 구위가 좋고 가장 믿을만하다. 지금 당장 마무리로 써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무조건 맨 마지막 투수라고는 못박지 않았다. 8회든 9회든 가장 중요한 순간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좌타자 거포가 많은 만큼 거기에 맞춰 기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도 이날처럼 대부분 9회에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이의리에게 기대를 하는 이유는 현재의 필승조 투수들의 구위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이번주 3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이의리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3-1로 앞선 가운데 9회 등장해 구자욱, 최형우, 디아즈를 압도했다. 12일 삼성전도 8회 위기에서 최형우를 제압했다.
하필이면 연투로 휴식을 취한 13일 삼성전에서는 불펜투수들이 8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다. 이의리의 부재를 절감했고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이어 이날은 5점 차였지만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9회를 정리했다. 158km까지 찍으면서 점점 자신감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이 빨라지는 이유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불펜투수로 던지면 전력투구를 하기에 선발때보다는 스피드가 더 나온다. 수술을 통해 인대가 싱싱해진 측면도 있고 훈련을 열심히 하기에 신체능력과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온 스피드업도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최적의 투구 매커닉으로 교정한 효과도 있다. 와인드업 과정에서 이중킥킹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제구까지 향상되는 이중효과를 누리고 있다.
KIA는 역대급 빠른 볼을 던지는 좌완 투수를 얻었다. 선동열도 전성기 시절 150km 중반 이상의 구속이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당시 측정장비가 미비해 이의리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KT 한승혁이 KIA 시절 158km를 던졌지만 좌완 투수는 아니었다. 숙제는 이런 압도적 구위로 뒷문을 계속 잠그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KIA가 가을전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의리도 커리어에서 최상의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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