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에 서는 방법에는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 않았다. 안세영(24)은 훈련해온 자신을 믿었고, 이소희(32)-백하나(26)는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세계랭킹 1위 서승재(29)-김원호(27)는 상대의 분석에 흔들린 끝에 다시 자신들의 경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우승'을 완성했다. 준준결승에서 한웨, 준결승에서 왕즈이,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를 차례로 만나 모두 2-0으로 제압했다.

안세영의 우승은 완벽한 몸 상태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부상 여파로 일본 오픈과 중국 오픈을 건너뛴 뒤 세계선수권을 복귀 무대로 삼았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통증이 남아 있었고, 초반에는 움직임을 주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기를 치를수록 몸이 반응했다. 안세영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계속 경기하면서 점차 적응했다.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몸이 거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라고 돌아봤다.
안세영이 꼽은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을 향한 믿음이었다. 그는 압도적인 경기력이 정신력에서 나오는지를 묻는 말에 “정신력보다는 훈련한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자신 있게 경기하는 것이 흐름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훈련해온 나를 믿고 준비한 모습이 경기에서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플레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3위 이소희-백하나는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류성수-탄닝 조를 2-0(21-15 21-15)으로 완파하며 한국 여자복식에 31년 만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류성수-탄닝을 상대로 앞선 다섯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여섯 번째 승부에서는 한 게임도 허용하지 않았다.
비결은 서로에게 없는 장점을 채워주는 데 있었다. 백하나가 전위에서 공격 기회를 만들고, 강한 후위 공격력을 지닌 이소희가 마무리했다. 상대의 빠른 드라이브 싸움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들의 강점이 살아나는 형태로 경기를 풀었다.
백하나는 "나는 파워가 강한 선수가 아니고 언니는 공격력이 좋다. 내가 앞에서 잘 만들어주면 언니가 뒤에서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니가 정말 잘 때려줬다. 덕분에 나는 앞에서 내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며 이소희에게 공을 돌렸다.

이소희는 "하나의 전위 플레이가 살아나야 우리 조가 더 쉽게 득점할 수 있다. 그런 경기를 할 때 이길 가능성도 커진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결승에서는 그 부분이 잘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5연패를 끊어낸 경험은 다음 승부를 향한 자신감도 만들었다. 이소희는 "세계선수권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승리하면서 아시안게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백하나도 "다음 맞대결에서는 조금 더 자신 있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이 아닌 숙제를 얻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2연패에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말레이시아의 아론 치아-소위익 조에 0-2로 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두 선수는 모든 상대의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 됐다. 상대가 자신들의 경기 방식을 철저히 파악하고 나온다는 점을 의식했고, 이를 피하려다 오히려 원래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서승재-김원호는 "상대가 우리를 많이 분석하고 들어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것을 의식하면서 경기한 적도 있지만 오히려 더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두 선수가 찾은 답은 새로운 것을 무리하게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부터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우리만의 플레이가 무엇인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는 그 부분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른 변화는 더 빨라져야 한다. 두 선수는 "상대 스타일과 상황에 맞춰 플레이에 변화를 줘야 하는 시점을 더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보완점을 짚었다.
박주봉 대표팀 감독은 "상대가 부담 없이 나서면서 준결승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은 상대의 빠른 플레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대처가 미흡했다"라고 돌아봤다.

세 종목의 결과는 달랐지만 선수들이 얻은 답은 선명했다. 안세영에게는 훈련한 자신을 향한 믿음이, 이소희-백하나에게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역할 분담이 필요했다. 서승재-김원호는 상대가 아닌 자신들의 플레이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시선은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세계선수권에서 확인한 강점과 발견한 약점을 안고 또 한 번의 정상에 도전한다. 자신을 믿고, 서로를 보완하며,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경기로 돌아가는 것. 한국 배드민턴이 세계선수권 종합 1위를 통해 확인한 '세계 정상의 조건'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