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LA 다저스의 ‘레전드 투수’ 클레이튼 커쇼(38)가 해설 데뷔전에서 기막힌 예측력과 디테일을 뽐냈다.
커쇼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에 해설가로 나섰다. 다저스 주관 방송사 ‘스포츠넷LA’에서 베테랑 캐스터 조 데이비스와 호흡을 맞춰 이날 경기를 해설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위대한 선수 커리어를 끝마친 커쇼는 프런트 오피스의 특별 보좌로 다저스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NBC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해설가로도 종종 나섰다. 다저스의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3월27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과 지난 3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서 사이드라인 해설가로 참여했지만 중계 부스에서 경기 전체를 해설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진] 클레이튼 커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6/202608262105773571_6a8ee10edee03.jpg)
해설 데뷔전에 커쇼도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커쇼는 “해설로 초대해줘 고맙다”며 이날 부상에서 복귀한 다저스 선발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에 대해 “워낙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투수라 보는 재미가 있다. 글래스노우는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커브로 아래 쪽을 공략할 때 가장 압도적이다. 애틀랜타 타자들이 유인구에 잘 따라나오는 편이라 글래스노우에게 아주 좋은 매치업이다”고 기대했다.
커쇼의 기대대로 글래스노우는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3실점으로 역투했다. 1회에만 안타 4개를 맞고 3실점했으나 2회부터 감을 잡아 5회까지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다. 하이 패스트볼로 잡은 삼진이 3개였고, 낮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로도 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사진] LA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6/202608262105773571_6a8ee10f51ca7.jpg)
승부처였던 8회말, 커쇼의 날카로운 해설이 빛났다. 3-3 동점으로 맞선 2사 3루 위기에서 다저스 좌완 마무리 태너 스캇은 1루가 비어 있었지만 좌투수에 강한 애틀랜타 스위치히터 아지 알비스와 승부를 들어갔다. 커쇼는 “까다로운 매치업이다. 스캇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알비스의 강점과 맞설지, 아니면 구종을 섞어 몸쪽 낮은 코스를 공략할지 지켜봐야겠다”며 “나라면 여기서 유인구로 승부할 것이다. 내 기억에 두 번은 알비스가 그 코스에 당했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설명했다.
커쇼의 말대로 스캇은 초구 슬라이더를 몸쪽 낮게 던졌다. 알비스가 배트를 내지 않으면서 원볼. 이어 2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하이존을 벗어나면서 스캇에게 불리한 카운트가 됐다. 커쇼는 “슬라이더를 아래로, 패스트볼을 위로 던져 알비스의 배트가 따라나오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존을 벗어난 공에 배트가 나오면 좋은 것이고, 볼넷을 주는 것도 최악은 아니다. (다음 타자) 레인 토마스도 타격이 좋지만 볼넷을 주는 것도 괜찮다”며 굳이 알비스와 정면 승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커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캇의 3구째 슬라이더가 존에 들어왔고, 알비스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려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이날 경기 결승타. 1루가 비어 있었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알비스 상대로 무리하게 승부를 들어갈 필요가 없었기에 아쉬운 장면이었다. 커쇼는 “때로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애틀랜타 아지 알비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8/26/202608262105773571_6a8ee10fd68da.jpg)
이어 커쇼는 “여기서 1점차를 유지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며 희망도 불어넣었다. 실제 스캇이 추가 실점 없이 8회말을 마친 뒤 9회초 다저스가 바로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가 애틀랜타 마무리투수 레이셀 이글레시아스를 상대로 좌측 펜스를 직격하는 3루타를 치고 나갔다.
무사 3루에서 프레디 프리먼이 헛스윙 삼진, 무키 베츠가 유격수 땅볼을 치면서 2사 3루가 됐지만 찬스에 강한 맥스 먼시의 타석이 왔다. 그러자 커쇼는 “8회말 상황과 비슷하다. (다음 타자) 토미 에드먼도 훌륭하고, 역전 주자를 내보내야 하는 위험이 있지만 이글레시아스는 먼시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는데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의 고의4구 사인이 나왔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에드먼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다저스의 1점차 패배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후 커쇼는 9회초 무사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한 이글레시아스를 언급하며 “정말 좋았다. 프리먼, 베츠, 먼시, 에드먼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상대로 3루타를 맞고도 실점 없이 끝낸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상대 선수도 칭찬한 뒤 이날 해설 데뷔전에 대해 “야구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첫 해설 경기에 다저스가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글래스노우가 던지는 모습을 보고, 우리 선수들이 좋은 야구를 하는 걸 볼 수 있어 정말 재미있었다”는 말로 해설을 마무리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