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T 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홈팀 선수단 식당에 피자 25판이 도착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을 위해 ‘맏형’ 최형우가 준비한 특별한 선물이었다.
프로야구에서는 데뷔 첫 승이나 첫 홈런 등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선수가 동료들에게 한턱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국인 투수 오스틴 보스가 피자 파티의 주인공으로 예상됐다. 보스는 지난 19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3전 4기 끝에 KBO리그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최형우였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형우는 최근 개인 통산 2700안타와 4600루타 등 의미 있는 기록들을 달성한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시즌 막판까지 함께 힘을 내자는 뜻에서 피자 25판을 준비했다.

자신이 세운 대기록을 자축하는 자리였지만 그 의미는 ‘나’보다 ‘우리’에 가까웠다.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수많은 기록을 쌓아온 최형우는 개인의 영광을 동료들과 나누는 쪽을 택했다.

시점도 의미가 있다. 삼성은 현재 선두 KT를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표 가장 높은 곳의 주인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 공교롭게도 이날 상대가 바로 선두 KT다.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팀 내 최고참 최형우는 누구보다 그 무게를 잘 알고 있다. 피자 25판에는 기록 달성의 기쁨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마지막까지 함께 힘을 내 다시 한번 선두 자리를 되찾아보자는 맏형의 마음이 담겼다.
거창한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동료들과 피자를 나눠 먹으며 힘을 북돋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자신의 대기록보다 팀의 목표를 먼저 생각한 베테랑의 방식이었다.

최형우는 이날도 직접 선두 탈환에 힘을 보탠다. 삼성은 중견수 김지찬-우익수 김성윤-좌익수 구자욱-지명타자 최형우-1루수 르윈 디아즈-2루수 류지혁-3루수 김영웅-포수 강민호-유격수 박계범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 마운드에는 외국인 에이스 크리스 페덱이 오른다.
개인 통산 2700안타와 4600루타를 넘어선 최형우. 수많은 숫자를 남긴 베테랑이지만 이날 후배들에게 건넨 것은 또 하나의 기록이 아니었다. 피자 25판에 담긴 ‘함께 힘내자’는 맏형의 마음이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