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미리보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둘째가 태어나며 대구 원정이 불발된 샘 힐리어드. 가족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지만, 치열한 순위싸움 중인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못했다.
프로야구 KT 위즈 외국인타자 힐리어드는 지난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2차전에 4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KBO리그 역대 97번째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경기 전까지 30홈런-99타점을 기록 중이었던 힐리어드. 8월 20일 잠실 LG 트윈스전 3타점으로 99타점을 달성한 뒤 제법 아홉수가 길었는데 이날은 달랐다. 3-0으로 앞선 2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한화 선발 오웬 화이트를 상대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LG 트윈스 오스틴 딘에 이어 이번 시즌 KBO리그 2호 30홈런-100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2018, 2020, 2024)에 이어 2년 만에 창단 두 번째 30홈런-100타점 타자를 배출했다. 로하스는 2018년 43홈런-114타점을 시작으로 2020년 47홈런-135타점, 2024년 32홈런-112타점을 차례로 해냈다.
경기 후 만난 힐리어드는 “99타점을 기록하고 꽤 오랜 기간 타점을 못 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록이 의식됐는데 오늘 타점을 올리면서 ‘아 이제 100타점을 달성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부터 다시 잘 나아갈 수 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당초 30홈런-100타점 2호 달성자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유력해보였다. 김도영이 지난달 26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과 함께 4타점을 몰아치며 39홈런-98타점에 도달했기 때문. 힐리어드는 “오스틴, 김도영 모두 경쟁자이자 동료다. 내가 타점을 못 올리더라도 그들이 타점, 안타, 홈런을 기록하는 걸 보면 즐겁다. 더 잘하려고 하는 동기부여도 된다”라고 경쟁의 선순환을 언급했다.
이날은 힐리어드의 경조휴가 복귀날이었다. 힐리어드는 아내가 국내에서 둘째 출산이 임박함에 따라 지난달 27일 경조사 말소됐고, 그날 오후 5시경 4.1kg의 건강한 둘째 아들을 품에 안았다.

힐리어드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우리 어머니가 와서 첫째 아들을 봐주셨다. 경조휴가 동안 가족끼리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 결과 굉장히 좋은 기분으로 팀에 복귀했다”라며 “팀이 대구에 있는 동안 몸이 처지지 않도록 위즈파크로 출근해 기본 운동을 많이 했다. 아직 완벽하게 감이 올라오진 않았는데 최대한 빠르게 좋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조 휴가의 시기가 KT 입장에서 야속했다. 8월 27일이 대구에서 펼쳐지는 삼성과 미리보는 한국시리즈 하루 전날이었는데 이 때 둘째가 태어나며 대구 원정이 불발됐다. 힐리어드가 없는 KT는 8월 29일 삼성에 2-4로 패하며 1위를 내줬으나 나머지 2경기가 우천 취소되는 행운이 따랐다. 이강철 감독은 “그래도 하늘은 아직 우리 편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힐리어드의 마음은 당연히 편치 못했다. 그는 “원래 목표가 전 경기 출장이었다. 그런데 특별한 사정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라며 “동료들은 대구로 먼 길을 갔기 때문에 경기를 하면 좋았을 거다. 나 또한 삼성과 3경기에 모두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2경기가 우천 취소가 돼서 나중에 다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1경기를 놓쳤는데 나머지 돌아오는 2경기에서 1경기 못 나간것만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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