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구단주가 떠났다, 우승한 것처럼 환호" LAA 축복의 날, 무려 21배 수익내고 팔았는데…얼마나 최악이었길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09.03 06: 2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5월 중순 LA 에인절스 팬들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에인절스타디움 외야에서 웃통을 벗어던진 한 무리의 남성 팬들이 아르테 모레노(80) 구단주를 향해 구단을 매각하라고 외쳤다. 일주일 동안 에인절스타디움 주차장에서 ‘팀을 팔라(Sell the team)’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시위까지 벌였다. 
마침내 에인절스 팬들의 소원이 이뤄졌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모레노 구단주가 NFL LA 램스 구단주 스탠 크론케에게 구단을 40억 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지난달 39억 달러에 매각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넘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 매각 금액으로, 2003년부터 이어진 에인절스의 모레노 시대가 23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매체들은 하나같이 에인절스에 축복이라고 보도했다. ‘LA타임스’는 ‘모레노가 마침내 에인절스를 매각했다. 애너하임의 오랜 악몽이 끝났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디애슬레틱’은 ‘에인절스 팬들에겐 독립기념일’이라고 표현했고, ‘뉴욕포스트’는 ‘에인절스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환호했다’고 전했다. 

[사진] LA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왼쪽) 구단주가 오타니 쇼헤이 입단식 때 포즈를 취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LA 에인절스 팬들이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의 매각 결정을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처음부터 모레노가 이런 ‘막장 구단주’ 취급을 받은 건 아니었다.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지난 2003년 월트 디즈니로부터 1억8350만 달러에 에인절스를 인수하며 메이저리그 최초의 히스패닉계 구단주로 등장했다. 구장 맥주 가격을 인하하고, 선수단 연봉을 늘리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08년 구단 최다 100승을 거두는 등 2004~2009년 6년간 에인절스는 5차례나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암흑기가 시작됐다. 2011년 ‘먹튀’ 버논 웰스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잔여 연봉 8600만 달러 중 8100만 달러를 부담한 게 시작이었다. 이어 당대 최고 타자 알버트 푸홀스를 10년 2억4000만 달러에, MVP 출신 조쉬 해밀턴을 5년 1억2500만 달러에 FA 영입했지만 줄줄이 실패하며 팀이 나락을 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3차례 MVP를 차지하며 최고 타자로 떠오른 마이크 트라웃과 12년 4억2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하고, 오타니 쇼헤이도 투타겸업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트라웃과 오타니가 역사적인 활약을 이어갔지만 7년 2억4500만 달러에 FA 영입안 앤서니 렌던이 먹튀로 전락하며 팀 승률은 5할을 계속해서 밑돌았다. 투수 보강이 절실한데 타자만 중복 영입하며 비효율적인 팀으로 전락했다. 구단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한 모레노의 입김이 팀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사진] LA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단순히 전력 구성만 문제가 아니었다. 2019년에는 투수 타일러 스캑스가 구단 홍보이사 에릭 케이로부터 펜타닐이 섞인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했고, 케이는 유죄 판결로 2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20년 코로나19 시국에는 구단 스카우트와 육성 담당 직원들을 무급 휴직 및 해고하며 육성 시스템을 소홀히 했다. 
2023년에는 에인절스 출신 투수 C.J. 윌슨의 폭로가 나왔다. 윌슨은 에인절스 구단이 영상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러닝머신을 선수 개인 비용으로 구입하게 했으며 스프링 트레이닝 아침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물리 치료사와 필수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진 건 없었다. 지난해 여름 고장난 에어컨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바람에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가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워밍업하다 탈수 증세에 따른 손가락 경련으로 66구 만에 교체된 일도 있었다. 
2022년 여름 모레노는 구단 매각 의사를 드러냈지만 이듬해 이를 철회했다. 2023년에는 ‘예비 FA’ 오타니를 트레이드하지 않고 끝까지 억지로 안고 가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다저스 이적을 바라만 봤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하기에 앞서 에인절스에 마지막 오퍼 기회를 줬지만 모레노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오타니가 다저스에서 지난 2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때 에인절스는 지구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도 53승86패(승률 .381)에 그치며 지구 꼴찌에 100패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12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적이다. 
[사진]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팬들이 가장 원하는 건 적당한 가격과 안전이다. 승리는 최우선 5개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망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모레노는 매각 결정 후 성명을 통해 “모레노 가문은 23년간 에인절스를 운영해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LA타임스는 ‘당신은 아무 것도 운영하지 않았다. 팀을 파괴시켰다’며 ‘야구 역사상 가장 혐오받는 구단주 중 한 명으로 떠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당신의 형편없는 운영은 다저스의 악명 높은 맥코트 가문조차 오말리 가문만큼 훌륭하고 사랑받았던 구단주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욕포스트도 ‘모레노는 약 40억 달러를 챙겨 떠나게 됐는데 이는 그가 구단을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의 21배가 넘는 액수다. 그는 투자자로서 실패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그 손실을 구단이 떠안았다. 이것이 바로 에인절스 팬들의 그의 퇴장을 환영하는 이유다. 그는 우승팀을 물려받았고, 우승 후보로 만들며 팬들의 신뢰를 얻었지만 이후 10년 넘게 실패한 계약, 낭비된 슈퍼스타의 시즌, 조직적 위기를 거듭하며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고 요약했다. 
모레노 체제에서 전성기를 낭비한 트라웃도 이 소식을 반겼다. 그는 “모레노에게 나쁜 감정은 없지만 정말 흥분된다. 나와 선수들 모두 기대하고 있다. 클럽하우스와 구장 전체에 좋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정확히 몇 년인지도 모르겠지만 답답한 시간들이었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되니 변화가 정말 기대된다. 새로운 시작이다”고 새 구단주와 함께할 미래를 기대했다. /waw@osen.co.kr
[사진]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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