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결승이 끝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난다. 안세영(24, 삼성생명)이 '최대 라이벌' 야마구치 아카네(29, 일본)를 상대로 중국 마스터즈 결승 진출과 상대 전적 7연승에 도전한다. 일본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실전 점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4일 중국 선전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중국 마스터즈 여자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12위 김가은(삼성생명)을 2-0(21-11, 21-10)으로 제압했다.
'코리안 더비'였지만 승부는 일방적이었다. 안세영은 1게임 6-6에서 5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흐름을 가져왔고, 이후 김가은의 추격을 뿌리치며 21-11로 마무리했다. 2게임에서도 11-6으로 먼저 인터벌에 들어간 뒤 격차를 더욱 벌려 21-10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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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아직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32강에서 세계랭킹 17위 린샹티(대만)를 2-0(21-11, 21-3)으로 꺾었고 16강에서는 33위 한첸시(중국)를 2-0(21-14, 21-7)으로 돌려세웠다. 김가은까지 제압하며 3경기 연속 무실게임 승리를 이어갔다.
야마구치도 같은 날 수파니다 카테통(태국)을 2-0(21-18, 21-16)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두 게임 모두 인터벌에서 각각 9-11, 8-11로 뒤졌지만 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결과를 뒤집었다. 팽팽한 흐름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야마구치의 저력이 드러난 승부였다.
안세영에게 야마구치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방심할 수 없는 숙적이다. 세계선수권에서 세 차례 정상에 오른 야마구치는 오랫동안 여자단식 정상권을 지킨 일본의 간판이다. 한때 안세영과의 맞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지만, 최근에는 안세영이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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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경기 스타일도 닮았다. 야마구치는 민첩한 풋워크와 끈질긴 수비를 앞세워 코트 전체를 빠르게 커버한다. 긴 랠리로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실수를 유도하는 경기 운영에도 능하다. 수비와 경기 조율을 강점으로 삼는 안세영과 맞붙을 때마다 치열한 랠리전이 펼쳐지는 이유다.
최근 맞대결의 주도권은 분명 안세영이 쥐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야마구치를 2-0(21-17, 21-14)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해당 승리로 야마구치전 6연승을 기록했다.
세계선수권 결승은 안세영의 완승이었어도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야마구치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뛰어나고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안세영이 최근 연이어 승리했다고 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대다.
이번 재대결은 중국 마스터즈 우승 경쟁의 최대 고비다. 안세영은 2024년과 2025년 이 대회를 연달아 제패했다. 야마구치를 넘어 결승에서도 승리하면 3년 연속 중국 마스터즈 정상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6/09/04/202609041305776012_6a9a469aa015a.jpg)
몸 상태를 확인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안세영은 지난 7월 일본 오픈 도중 왼발 부상으로 기권한 뒤 중국 오픈까지 건너뛰며 회복에 집중했다. 복귀 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고 중국 마스터즈에서도 세 경기 연속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건재를 알렸다.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달 25일 중국 마스터즈 출전 여부를 몸 상태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무리가 없다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대회에 나선 뒤 곧바로 선수촌에 들어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출전을 택한 안세영은 대회 마지막 이틀을 앞두고 가장 까다로운 상대와 마주하게 됐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안세영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두 종목 2연패에 도전한다. 야마구치와 다시 만난다면 상대의 안방에서 치러야 하는 승부다.

안세영은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 후 "계속 이기고 또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는 것이 정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 경기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더 자신 있게 달려들면 상대도 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델리에서는 세계선수권 우승을 놓고 만났고, 선전에서는 중국 마스터즈 결승행을 두고 격돌한다. 그다음 무대는 야마구치의 홈인 일본이 될 수 있다. 이번 준결승은 단순한 리턴 매치를 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 경쟁의 흐름을 미리 확인할 전초전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