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서현은 성장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11-6 대승을 거두고 2연승을 달성했다. 이날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한 김서현은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세 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팀이 11-3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한 김서현은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체인지업으로 고승민의 헛스윙을 이끌어냈고, 전민재와는 풀카운트 승부 끝 128km/h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이어 박재엽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동혁을 다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투구수 19구 중 스트라이크가 13구였다.

지난해 한화의 마무리로 33세이브를 올렸던 김서현은 전반기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38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타자와의 승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2군으로 내려가 긴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7월에는 일본 지바현의 넥스트 베이스 애슬래틱 랩에서 단기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서현은 지난달 18일 1군으로 복귀했고, 현재까지 성적은 8경기 7⅔이닝 평균자책점 4.70, 2패. 아직 지난해만큼 압도적인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조금씩 자신감을 찾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서현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구속의 하락이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구속이 떨어지기 시작한 직구는 최근 150km/h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빠른 공이지만, 한때 161km/h까지 찍었던 강속구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빠른 공을 던졌던 선수라면 구속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서현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지금의 숫자를 납득하게 됐다. 김서현은 "150km든, 160km든 승부를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많이 들었다. 그런데 148km를 던지면서도 타자와 승부를 하려고 하고,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면서 낮은 구속에서도 타자를 잡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이나 올 시즌 초반까지도 스피드 욕심이 있었다. 낮추려고 낮춘 건 아니지만 뭔가를 바꾸려다 보니 구속도 낮아졌는데, 박승민 코치님께서 '네가 제구를 잡기 편해지면 구속은 알아서 따라온다'고 하셔서 구속 욕심은 크게 안 내고 있다"고 전했다.
빠른 공을 던져본 투수인만큼 다시 스피드가 올라올 여지는 충분하다. 지난달 23일 대전 LG전에서는 최고 155km/h를 찍기도 했다. 김서현은 "처음에는 조금 겁을 먹었어도, 지금은 타자들이 쳐서 아웃되는 경우도 많고 결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구속도 언젠가는 다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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