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베이스볼’을 앞세운 일본과 ‘파워 야구’를 선택한 한국. 결과는 한국의 완승이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에 왕좌를 내준 뒤 기존의 야구 스타일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스포츠 매체 ‘산케이스포츠’는 지난 15일 ‘사무라이 U-18이 내세운 스몰 베이스볼은 정답이었나. 라이벌 한국은 파워 중시로 패권 탈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U-18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나타난 한일 야구의 차이를 조명했다.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U-18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일본을 2-0으로 꺾고 2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올랐다. 반면 우승을 노렸던 일본은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 매체는 단순히 0-2라는 스코어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두 팀이 대회를 준비한 방향부터 달랐다는 것이다.
오카다 다쓰오 일본 U-18 대표팀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과거 대회 결과를 봐도 일본은 좀처럼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며 번트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선택한 해법은 전통적인 ‘스몰 베이스볼’이었다. 타순을 가리지 않고 희생번트를 활용하고 어떻게든 주자를 진루시켜 적은 기회에서도 확실하게 한 점을 뽑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일본은 합숙 기간 꾸준히 희생번트 훈련을 실시했고 스퀴즈를 비롯한 상황별 번트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한국과의 결승에서는 준비한 야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한국 투수진의 강력한 구위에 눌려 두 차례 희생번트에 실패했고, 6회 후쿠시마가 팀의 첫 안타를 기록할 때까지 노히트로 끌려갔다.
특히 한국의 대형 좌완 하현승이 일본 타선을 압도했다. 195cm의 장신 좌완 하현승은 이번 대회 MVP를 차지한 특급 유망주다.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일본 타선을 잠재웠다.
일본 4번 타자 야마다(지벤와카야마고)는 “슬라이더라는 걸 알고도 방망이가 나갈 정도로 대단한 투수”라고 혀를 내둘렀고, 주장 오노(요코하마고) 역시 “세계에는 이런 대단한 투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힘은 마운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엄준상을 비롯해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타선에 포진했다.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풀스윙으로 상대 투수들을 공략했다.
오카다 감독이 한국 야구를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선수들의 체격에서도 차이가 났다. 일본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177.8cm였던 반면 한국은 185.5cm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7.7cm 차이다.
물론 체격이 곧 경기력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케이스포츠는 일본이 이번 결승에서 투타 모두 한국에 ‘힘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오카다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전체적인 파워업이 필요하다”고 과제를 짚었다. 주장 오노도 “한국은 체격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일본과 훈련 방법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타격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야구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정교한 작전 수행 능력을 앞세운 ‘스몰 베이스볼’을 강점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파워를 앞세운 한국에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한국의 ‘힘’ 앞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일본의 ‘스몰볼’. 일본 현지에서도 이제 세계 정상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선수 육성과 전술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전환점에 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