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는 물 새고 환영식엔 '임진왜란' 도요토미 히데요시 등장...'역대 최악'의 분위기에도 한국 선수단, 경기로 답한다 [오!쎈 현장]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9.17 15: 11

방에서는 물이 새고 선수들이 머물 공간도 부족하다. 선수촌 환영 행사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무장대까지 등장했다. 개막을 앞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어수선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비용 절감과 친환경을 이유로 아파트형 선수촌 건설을 취소했다. 선수와 임원들은 조립식 컨테이너와 대형 크루즈선에서 생활한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컨테이너 숙소는 성인 세 명이 함께 생활하기에 비좁고 일부 객실과 식당에서는 누수까지 발생했다. 신장이 큰 농구 선수들은 방 안에서 다리를 제대로 뻗기도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은 41개 종목에 1,05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배드민턴 대표팀 박주봉 감독과 안세영이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 2026.09.17 / jpnews@osen.co.kr

남자 농구대표팀 변준형은 숙소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모습을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면서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크루즈선에서도 화장실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조직위원회의 예상을 넘어선 참가 인원으로 인해 일부 선수는 숙소조차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 호텔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개막일인 19일부터 일본의 연휴인 '실버위크'가 시작되면서 나고야 일대의 빈 객실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쳐 항구 인근 임시 숙소에 머물던 선수와 관계자 400여 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비용을 아낀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포함한 전체 개최비는 3700억 엔(약 3조 2717억 원)으로 당초 예상액의 3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사진] 변준형 개인 소셜 미디어
시설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촌으로 사용될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의 접안 기념행사에서는 도요토미와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이른바 '나고야 삼걸'로 분장한 무장대가 공연했다.
도요토미는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아시아의 평화와 화합을 표방하는 대회의 선수촌 환영 행사에 그를 등장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직위원회는 지역 문화와 관광을 소개하기 위한 공연이었을 뿐 특정 역사적 인물을 지지하거나 역사적 메시지를 전달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단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숙소부터 이동 동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까지 선수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이 지나치게 많다. 모두 경기력과 무관하다고 치부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상현 대한민국 선수단장은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선발대가 현지 조직위원회에 계속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선수들의 현지 편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나도 현지에서 직접 세심하게 챙기겠다"라고 밝혔다.
도요토미 등장 논란과 관련해서도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상현 단장은 "정치적인 문제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단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은 41개 종목에 1,05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이상현 선수단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9.17 / jpnews@osen.co.kr
경기 외적인 문제는 선수단 본부와 대한체육회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이 숙소를 찾아다니거나 정치적 논란에 직접 대응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선수들에게 어려운 환경을 무조건 이겨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다. 열악한 숙소와 불안정한 운영은 선수들의 책임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은 명백히 조직위원회에 있다.
경기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된다. 수년간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선수들에게 현실적으로 남은 선택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상현 단장도 "우리 선수들은 외부 문제에 동요하지 않고 그동안 준비한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며 대회에 임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어수선한 대회 운영과 불필요한 역사 논란까지 한국 선수단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편안하지 않다. 선수단 본부가 외부 문제를 막아내는 동안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어렵고 불공정한 조건이지만, 결국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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