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이은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저예산 영화 '실낙원'이 더욱 깊고 어두워진 이야기를 예고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GC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제작보고회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록해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실낙원’(감독: 연상호, 제공: WOWPOINT(와우포인트), CJ ENM, 제작: WOWPOINT(와우포인트), 배급: CJ ENM)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특히 '실낙원'은 지난 13일(현지기준)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청돼 수많은 해외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세계 최초로 공개됐던 바. 이에 연상호 감독은 "토론토에서 첫 선 보이면서 개봉을 위한 출정식을 했다면 한국에 와서 본격적인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첫발걸음인 것 같아서 너무 설렌다"라고 제작보고회에 임하는 설렘을 드러냈다.
2억을 들였던 '얼굴'에 이어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이 5억이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두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은 13회차, 실낙원은 좀더 써서 14회차로 만들었다. 한 회차가 더 필요하더라. 처음 기획은 명절에 애들을 데리고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너는 이야기를 쓰는게 안 힘드냐’ 하더라. 맨날 걱정한다. 근데 저희 어머니가 연습장에 연필로 3페이지가 되는 이야기를 썼더라. 그게 '실낙원'의 원안"이라고 제작 비하인드를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그는 "그걸 엄마한테 샀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조금 낮춰서 샀다. 그때 이후로 그걸 이야기로 써봐야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작업했고 3가지 버전정도로 이야기를 썼는데 지금 '실낙원'이 거의 마지막 버전이 됐다. 재밌는건 저희 아내한테 얼마전에 '실낙원'을 보여줬는데, 어머니 이야기인걸 아니까 아내가 자기 얘기를 카톡으로 보내주더라. '내 것도 써보라'고. 그것때문에 (대본을) 쓰고 있다. 언제 나올진 모르겠는데 저희 아내 건 이야기가 더 어렵더라. 내용들이 다 다크하다. 온 가족이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차기작 계획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얼굴'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투자를 받으면 항상 부채감, 그래도 어느정도 돈을 불려드려야한다는 책무감 때문에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얼굴’에서 직접 투자 해봤지 않나. 작업할때 마음이 편하더라. 내맘대로 해보자 이런 마음 있었는데 그게 중독돼서 '실낙원'까지 오게 됐다. 이번 작업도 김현주 배우, 배현성 배우, 스태프 다같이 너무 마음편하게 작업하고 우리가 원하는 영화 만들어보자. 다른사람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끼리 재밌게 해보자 해서 재밌게 잘 했다"며 "저예산 영화 진짜 재밌고 너무 좋다. 오히려 추천을 요새 많이 해드린다. 진짜 한번 해보시면 너무 좋다. 따로 브랜드를 만들까 생각 중"이라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예산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류소영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AI 프로그램 속 어린 아들에게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가 집으로 돌아오고, 기억 속 아이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과의 동거가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첫 대본을 쓸때만해도 AI가 우리 삶에 가깝지 않았다. 이 이이기를 만들려면 배경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 있었다. 두번째 버전은 류소영의 심연과 대자연을 대비시키는 '블랙 인페르노'라는 제목의 대본을 써서 소설화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두번째에서 세번째로 오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썼던 3페이지 되는 메모, 이야기를 다시 봐서 '이 감정이 뭘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존 밀턴의 서사시인 ‘실낙원’이라는 너무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 않나. 완전한 낙원에서 벗어나 불완전한 세상으로 들어오며 인간의 정체성 갖게 되는 인간 이야기를 만들어보잔 생각을 했다. 그게 테크놀로지가 만든 완전한 기억,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는 기억과 결국 불완전한 세계를 향해 갈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선택들 그런식으로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캠핑스쿨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 역에는 배우 김현주가, 미스터리한 사고로 실종된 후 9년만에 돌아온 아들 류선우 역에는 배우 배현성이 캐스팅돼 열연을 펼친다. 연상호 감독은 "류소영은 아들과 관계가 중요했다. 묘한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단순히 엄마, 아들, 모성 이런 느낌 아니라 둘간의 여러 긴장감 있어야하는 존재였다. 김현주 배우님과 작업 많이 해봤고 어떻게 하는지 너무 잘 알아서 자연스럽게 카톡으로 대본 보내드렸다. 운동 갔다와서 읽겠다더니 진짜로 2, 3시간 뒤에 해볼만 하겠다 연락 주셔서 바로 그렇게 하게 됐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저희는 거의 동아리 활동처럼 제작된 영화다. 배현성 배우부터는 동아리에서 좀 벗어났다. 이정도로 미남 배우를 캐스팅 하려면 거쳐야할게 있으니. '지옥2'때 은율 역할로 특별출연 했는데 너무 짧게 출연해서 굉장히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저희 딸이 '조립식 가족' 팬이다. 배현성 배우에게 대본 드렸는데 아주 흔쾌히 출연해 줬다. 이번 영화가 다른건 몰라도 김현주 배우가 30년동안 쌓아온 연기의 진가를 드러냈다. 배현성 배우님이 전혀 다른 얼굴 보여주는것만은 확실한 영화라고 말씀드릴수 있다"고 자신해 기대를 더했다.
김현주는 '실낙원' 출연 계기를 묻자 "대본을 마음을 다 잡고 읽으려 했다. 이 연기의 결이 그나마 제가 제일 잘 할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서 덜컥 하겠다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어렵긴 하더라. 쉽진 않았다"며 "감독님은 항상 배우들 믿어주고 큰 설명, 요구사항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화도 사전에 많이 하지 않는다. 믿어주시는 신뢰의 눈빛이 너무 강해서 그거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하게되는건 있는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류소영 캐릭터에 대해서는 "9년을 함께했지만 실존 아이가 아니지 않나. 근데 현실속에 너무 들어와있으니 현실감을 주고 싶었고 하지만 어딘가 공허한 류소영을 표현하고 싶었다. 다시 돌아온 선우는 아무리 유전자 검사에서 제 친아들로 됐다고 하지만 9년동안 떨어져있었고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제 시간은 10살 아들에 멈춰있기때문에. 전혀 반갑고 기쁘고 이런 마음이 들 겨를은 없었다. 너무 명확하게 달라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기로에 놓인 엄마의 마음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배현성 역시 출연 계기에 대해 "'지옥'에서 짧게 만나서 아쉬운 마음 컸는데 대본을 주셔서 읽었는데 너무 몰입되고 좋았다. 어두운 얘기가 재밌었고 저도 선우라는 역할 하면서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연기들과 다른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수 있을것 같은 기대감에 하게 됐다. 감독님, 선배님과 같이 하게 돼서 그런지 너무 재밌는 현장이었다"며 "엄마가 Ai 선우와 지냈단 사실에 서운했을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선우 입장에선 저는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는데 엄마는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 느꼈을수도 있을것 같고. 엄마에 대한 원망, 서운함,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들을 선우로서 많이 드러내려고 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포인트를 짚었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하게 된 배현성은 "늘 촬영할때마다 부담감 있지만 특히나 부담됐다. 새로운 모습 보여드려야하고 영화 첫 주연이라 거기서 오는 부담 있었는데 그래도 잘하려고 한다기 보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선배님과 얘기 많이 나누고 조언 많이 듣고 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수 있었다. 선우 연기하면서도 그런 긴장감 많이 떨쳐내고 제 연기, 선우로서 모습 잘 보여드릴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연상호 감독과 김현주는 배현성의 눈빛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을 전하기도 했다. 김현주는 "사실 선우 역할에 이 느낌이 맞을까? 그런 생각을 안 하진 않았다. 근데 막상 선우로 나타났을때 너무 달라진 모습이더라. 연기할때도 저 혼자만 해서 되는게 아니지 않나. 상대배우도 느낌 줘야 시너지 나니까. 긴장감 갖고 할수있는 연기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놀랐고, 연상호 감독은 "약간 광기있지 않나. 검은자가 크다. 검은자가 크면 약간 짐승같은 느낌이 있다"고 극찬했다.
김현주는 "배우는 눈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 눈빛이 여러가지를 담고 있는데 제가 연기할떄 배현성씨 눈을 들여다보면 깊다. 빨려들어가는 느낌 있다. 그게 최대 장점같아서 앞으로가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배현성은 "눈을 마주보며 감정적 연기 하는게 많았는데 선배님 눈 보면 선우로서 감정이 더 올라오고 그래서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주는 연기에 저절로 잘 나와서 너무 좋았다. 현장에서도 편하게 잘 있다가 촬영 들어가면 초사이언처럼 변해서 저한테 에너지 많이 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화답해 훈훈함을 더했다.
연상호 감독은 토론토 상영 후 '실낙원'에 쏟아진 반응에 대해 "아주 먼 얘기가 아니라 피부에 와닿는 소셜 이슈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편하게 받아들여주신것 같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이른바 심연이라고 표현하는 단어가 사실 되게 어려운 딜레마가 아니라 우리가 굉장히 일상생활에서 'What if'로 가정해볼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는 점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이유인것 같다. 저도 예전에 인디 애니메이션 할때부터 어두운 얘기 많이 해왔지만 이건 정말 어두운 얘기고 엔딩에 대해서는 정말 여러 논란과 어떻게 보면 제 작품중 가장 호불호가 격하게 나뉠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토론토에서) 의외로 공감해 주신 분들이 많았던건 우리가 요즘같은 시대에 한번쯤 생각해봤던, '이런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부분에 반응해주신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현실에서 있을법한 딜레마들이 발생할수 있는 세계관이라 생각하고 그 세게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신 분들은 극장을 찾아오셔도 될것 같다. 극장을 오셔서 많이 같이 오신분들과 많은 얘기 나눌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한편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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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