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텃세인가' 우리한테 왜 이래? 도요토미 등장→태극기 제지→북한 국가 송출, 상식 무너진 최악의 일본 아시안게임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9.19 05: 29

유독 한국 선수단에 문제가 반복된다.
공식 기자회견에 가야 할 차량은 오지 않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던 버스는 엉뚱한 야구장으로 들어갔고 회복 훈련 날에는 아예 배차가 누락됐다.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입국장을 나서려 하자 공항 측이 막아섰다. 선수촌 환영 행사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무장대가 등장했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제공

이번에는 대한민국 남자 하키대표팀의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울려 퍼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도 하기 전에 상식 밖의 사고를 쏟아내고 있다. 숙박과 이동 등 대회 운영 전반이 흔들리면서 여러 참가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 선수단에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역사와 국가의 상징을 건드리는 일까지 연달아 벌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의 운영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고는 18일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 그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조별리그 A조 1차전이었다.
경기 시작 전 장내 아나운서는 대한민국 국가 연주를 안내했다. 경기장에 나온 음악은 애국가가 아닌 북한 국가였다.
가슴에 손을 올리려던 한국 선수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장내 아나운서가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애국가는 즉시 나오지 않았다.
조직위는 방글라데시 국가부터 먼저 틀었다. 한국 선수들이 애국가를 기다렸지만 음악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심판진은 그대로 경기를 시작하려 했다.
양 팀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대형을 풀기 시작한 뒤에야 애국가가 뒤늦게 재생됐다. 한국 선수들은 정상적인 국민의례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경기에 들어갔다. 해당 장면은 중계 방송에도 고스란히 비춰졌다.
국제 종합대회에서 참가국의 국가를 잘못 재생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결례다. 대한민국과 북한을 혼동했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음향 실수로 넘기기 더욱 어렵다.
한국은 혼란 속에서도 방글라데시를 5-0으로 완파했다. 경기력으로 조직위의 실수를 이겨냈지만 선수들이 감당하지 않아도 될 불쾌함과 당혹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은 41개 종목에 1,05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선수 대표 탁구 신유빈, 배드민턴 서승재가 태극기를 들고 선수단과 함께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09.17 / jpnews@osen.co.kr
한국 선수단을 향한 황당한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은 지난 17일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할 당시 개회식 기수 신유빈과 서승재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선수단 선두에 섰다.
나고야에서는 같은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공항 측이 자체 규정을 이유로 대형 태극기를 들고 이동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선수단과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깃대를 제거하고 태극기만 펼쳐 들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했다. 공항 측은 이마저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선수단은 재일동포들이 기다리던 입국장에 태극기를 앞세우지 못한 채 들어섰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들고 이동하지 못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약 2시간 전 이상현 대한민국 선수단장은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향해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상현 단장은 선수촌 환영 행사에 도요토미로 분장한 무장대가 등장한 논란과 관련해 "정치적인 문제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단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나고야 긴조항에서는 선수촌으로 사용되는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의 접안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도요토미와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 전국시대 인물을 재현한 무장대가 등장해 공연했다. 세 인물은 아이치현과 관련된 '나고야 삼걸'로 현지 관광 콘텐츠에 활용되고 있다.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공식 소셜 미디어
문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점이다. 아시아의 평화와 화합을 내건 대회에서 각국 선수들이 숙소로 사용할 공간의 환영 행사에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인물을 등장시켰다. 개최지의 관광 콘텐츠라는 설명만으로 한국 선수단이 느낄 불쾌감을 지우기는 어렵다.
조직위는 특정 역사적 인물을 지지하거나 역사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조직위에 공식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 직후 나고야 공항에서 태극기 제지 문제가 발생했다. 두 사건이 직접 연결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공항 측도 자체 규정을 이유로 제시했다.
도요토미 등장에 이어 태극기를 둘러싼 실랑이, 대한민국 경기에서 북한 국가가 재생되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 선수단 입장에서 "왜 유독 우리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한국 U-23 남자축구대표팀은 대회 이동 시스템의 붕괴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이민성 감독과 대표팀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숙소에서 차량을 기다렸다. 조직위가 배정한 버스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 차량 미도착으로 대회 공식 행사에 늦었다.
카타르와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15일에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팀 버스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축구 경기가 열리는 미즈호 공원 내 럭비 경기장이 아닌 인근 야구장으로 향했다. 해당 야구장에서는 이번 대회 경기가 열리지도 않는다.
버스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태우고 전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한국 선수단은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수들은 킥오프를 앞두고 몸과 마음을 정돈해야 할 시간에 목적지를 찾느라 불필요한 긴장과 혼란을 겪었다. 한국은 카타르를 4-1로 꺾었지만 결과가 조직위의 실수를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는다.
16일에는 회복 훈련장으로 이동할 버스가 배정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오전부터 대체 차량을 급하게 수소문했고 예정 시간보다 늦게 훈련장에 도착했다.
사흘 동안 차량 미도착과 목적지 착오, 배차 누락이 차례로 발생했다. 한 번의 우연한 실수가 아니었다. 선수단 이동을 책임지는 기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한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대회에 참가한 여러 팀이 공통으로 마주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조직위의 미숙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인도 선수단은 숙소 배정이 늦어져 최장 14시간가량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 휴식 공간조차 얻지 못한 일부 선수는 바닥에 앉거나 누워 잠을 청했다.
베트남과 중국, 태국 선수들도 숙박 문제에 부딪혔다. 개최국 일본 대표팀마저 남녀 선수가 같은 객실을 사용해야 하는 배정표를 받았다.
조직위는 선수와 임원 1만 5000명이 사용할 아파트형 선수촌 건설을 취소했다. 비용 절감과 친환경을 내세워 기존 호텔과 대형 크루즈선, 조립식 컨테이너를 숙소로 활용했다.
실제 등록 인원이 약 1만 7000명까지 늘어나면서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났다. 방이 부족해졌고 사람 수와 침대 숫자만 맞춘 황당한 객실 배정까지 등장했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제공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3인 1실 컨테이너 숙소를 받았다. 신장이 2m가 넘는 농구 선수들이 침대에 누워 다리를 제대로 펴기도 어려웠다.
객실과 식당에서는 물이 샜다. 변준형은 누수가 발생한 숙소 화장실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며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선수촌을 짓지 않아 비용을 크게 줄인 것도 아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포함한 개최 비용은 총 3700억 엔(약 3조 2717억 원)까지 불어났다. 최초 예상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비용은 폭증했지만 선수들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잠자리와 이동 수단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모든 참가국이 조직위의 준비 부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 선수단이 연이어 겪은 사건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버스가 오지 않고 잘못된 경기장으로 향한 것은 운영 능력의 문제다. 비좁고 물이 새는 숙소 역시 준비 부족에서 비롯됐다.
도요토미 등장과 태극기 제지,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를 재생한 사고는 한국의 역사와 국가 정체성에 직접 닿아 있다. 조직위의 의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만으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대회를 운영한다면 참가국의 역사와 상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을 갖춰야 한다. 그것조차 준비하지 못했다면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은 변명이 되기 어렵다. 무지와 무능 역시 참가 선수들에게는 똑같은 피해를 남긴다.
이상현 단장은 외부 문제에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고 준비한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맞는 말이다.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상대와 경쟁해야 한다. 조직위의 실수와 싸우기 위해 수년간 훈련한 것이 아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본단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 일원에서 열린다. 대한민국은 41개 종목에 1,05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선수 대표 탁구 신유빈, 배드민턴 서승재가 태극기를 들고 선수단과 함께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09.17 / jpnews@osen.co.kr
버스를 찾고 잠자리를 걱정하며 태극기를 숨겨야 할 이유도 없다. 자신들의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가 제대로 나올지 불안해해서는 더욱 안 된다.
한국 선수들은 지금까지 경기력으로 답했다. 남자축구는 카타르를 4-1로 꺾었고 남자 하키는 북한 국가가 울려 퍼진 혼란 속에서도 방글라데시를 5-0으로 완파했다.
이제 답해야 할 쪽은 조직위원회다. 모든 참가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특히 한국 선수단을 향해 반복된 상식 밖의 장면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경위와 책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대회는 아직 공식 개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선수단은 벌써부터 경기장 밖에서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사고가 지나치게 많고, 실수라고 이해하기에는 그 수준이 너무 낮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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