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엔 북한 국가, 다음 날엔 애국가 '실종'...공식 사과 하루 만에 또 나온 日 조직위의 '황당 운영'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9.19 23: 59

대한민국 경기에서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를 틀어 일본 현지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공식 사과 하루 만에 또 사고를 냈다. 이번에는 애국가를 아예 재생하지 않았다. 전광판 점수와 경기 시간, 선수 퇴장 표기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에서 열린 대회 여자 핸드볼 라운드로빈 1차전에서 홍콩을 48-16으로 완파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은 첫 경기를 32점 차 대승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과 별개로 현장 운영은 시작부터 끝까지 혼란스러웠다.

[사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공식 소셜 미디어

첫 사고는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에서 발생했다. 한국과 홍콩 선수들이 코트에 도열했지만 애국가와 홍콩 국가가 모두 나오지 않았다.
음악이 재생되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선수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하루 전 한국 남자 하키대표팀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흘러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태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8일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시 가와사키중공업 하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하키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방글라데시를 5-0으로 꺾었다.
당시 장내 아나운서는 대한민국 국가를 안내했다. 그러나 경기장에 울려 퍼진 것은 애국가가 아닌 북한 국가였다.
[사진] 야후 재팬
한국 선수들은 가슴에 손을 올리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봤다. 선수들이 곧바로 잘못된 음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북한 국가는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재생됐다.
장내 아나운서가 영어로 잘못된 곡을 틀었다고 사과한 뒤에도 애국가는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조직위는 방글라데시 국가부터 먼저 재생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후에도 애국가를 기다렸다. 양 팀이 경기 시작을 앞두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대형이 흐트러진 뒤에야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한국은 정상적인 국민의례를 진행하지 못한 채 경기에 들어갔다.
일본 ‘교도통신’은 “긴장 관계에 놓인 한국과 북한의 국가를 혼동한 사고로 한국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라고 보도했다.
대회 관계자는 국가 음원을 각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현장에서 음원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파일을 잘못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지 반응도 싸늘했다. 관련 기사에는 2,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일본 누리꾼들은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조직위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여행 안내서 편집자이자 관광 전문가인 후지타 가쓰히로는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운영 실수"라고 지적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아이치현과 나고야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수촌 숙박시설과 식사도 혹평받고 있고 선수들의 경기장 이동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제는 국가조차 틀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금과 능력이 부족하다면 개최하겠다고 나서지 말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댓글에는 약 1만 6,000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다른 이용자는 "일본 대표팀 경기를 앞두고 다른 나라 국가가 나왔다면 우리가 어떻게 느꼈을지 생각해야 한다. '실수했다'는 말만으로 끝낼 수 없다. 책임 소재와 향후 대응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하필 가장 민감한 관계에 있는 두 나라를 혼동했다. 국제무대의 신성한 의식을 망쳤으니 한국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적었다.
[사진] 야후 재팬 댓글창
일본 대회 운영의 신뢰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용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국가 혼동 사고를 두고 "장례식에서 결혼행진곡을 연주한 것과 같은 대실수"라고 표현했다.
조직위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현지 시각 오후 9시경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할 조직위는 불과 하루 뒤 열린 여자 핸드볼 경기에서 또다시 국가 관련 사고를 냈다. 전날에는 잘못된 국가를 틀었고, 이번에는 양 팀 국가를 모두 생략했다.
문제는 국가만이 아니었다. 경기 도중 전광판에는 남은 시간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 국내 중계방송사가 자체적으로 경기 시간을 화면에 띄워야 했다.
후반전이 시작된 직후에는 홍콩 선수 두 명이 2분간 퇴장당한 것으로 표시됐다. 실제 퇴장 선수는 한 명이었지만 전광판의 퇴장 카운터가 잘못 작동했다.
경기의 핵심인 점수도 여러 차례 틀렸다. 한국이 골을 넣었는데 홍콩의 점수가 올라가는 일이 반복됐다. 작전 시간에는 중계 화면이 한국 선수단을 비추고 있었지만 음성은 홍콩 벤치의 대화가 송출됐다.
한국이 경기 초반부터 큰 점수 차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기에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점수 차가 크지 않은 경기였다면 승부 진행에 혼란을 줄 수 있었던 오류였다.
[사진] 대한하키협회
남자 하키대표팀은 북한 국가가 재생되는 혼란 속에서도 방글라데시를 5-0으로 꺾었다. 여자 핸드볼대표팀도 애국가가 나오지 않고 전광판이 잇달아 오작동하는 상황에서 홍콩을 48-16으로 제압했다.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는 조직위였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개막 전부터 숙소 누수와 식사 문제, 선수단 수송 혼선 등으로 비판받았다. 나고야 공항에서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대형 태극기 사용이 제지됐고, 선수촌 환영 행사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무장대가 등장했다.
여기에 한국 경기에서 북한 국가를 재생한 뒤 바로 다음 날에는 애국가를 아예 틀지 않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일본 현지에서도 개최 능력을 문제 삼을 정도로 강한 비판이 나온 상황에서 조직위는 하루 만에 같은 영역에서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공식 사과의 진정성보다 기본적인 운영 체계부터 의심받게 됐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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