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의 시계가 다시 12년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안방이 아니었다. 44년 만에 적지에서 아시아 정상에 섰고, 그 장소는 일본이었다.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0일 일본 나고야 IG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65-5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정확히 12년 만의 정상 탈환이다.

우승의 중심에는 이현중이 있었다. 이현중은 일본을 상대로 27점 1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과 외곽을 가리지 않고 코트를 지배했다. 한국은 1만 명이 넘는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끝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성사된 결승 한일전의 승자가 됐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12년 만의 우승'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 남자농구에는 묘한 '12년 주기'가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그리고 정확히 12년 뒤인 2014년 인천에서 이란을 79-77로 제압하며 다시 정상에 섰다.
그리고 또 정확히 12년이 흘렀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12년, 인천에서 나고야까지 다시 12년이다.

더 특별한 것은 이번에는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이뤄낸 우승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에서 원정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1982 뉴델리 대회 이후 무려 44년 만이다.
한국은 1970 방콕 대회에서 처음 아시아 정상에 올랐고 1982 뉴델리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세 번째와 네 번째 우승은 각각 2002 부산, 2014 인천 대회에서 나왔다. 모두 홈에서 열린 대회였다.
1982년 이후 한국 남자농구는 아시아 정상에 두 차례 더 올랐지만 원정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길었던 기다림을 끝낸 장소가 일본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꺾었다. 지난 13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을 100-83으로 완파하며 3연승 조 1위로 8강에 올랐고,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 다시 일본을 잡았다.
대회 직전 분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극적이다. 한국은 지난 8월 일본과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에서는 66-95, 무려 29점 차로 무너졌다.
한 달 뒤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다. 평가전에서 두 번 졌던 일본을 정작 아시안게임에서는 두 번 모두 꺾었다. 마지막 승리는 개최국 일본이 64년 만에 올라온 결승, 그것도 일본 관중으로 가득 찬 적지에서 만들어냈다.
한국 남자농구가 걸어온 최근의 시간을 생각하면 금메달의 무게는 더 커진다.

2014년 인천에서 정상에 오른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며 역대 최저인 7위까지 추락했다.
아시아 정상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한국 농구가 12년 만에 다시 가장 높은 곳으로 돌아왔다.
1970 방콕, 1982 뉴델리, 2002 부산, 2014 인천, 그리고 2026 나고야.
통산 다섯 번째 금메달이다. 부산에서 인천까지 12년, 인천에서 나고야까지 다시 12년. 그리고 뉴델리에서 나고야까지 44년.
12년 전 안방 인천에서 마지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남자농구가 이번에는 일본의 심장부에서 개최국을 쓰러뜨리고 아시아의 왕좌를 되찾았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