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자존심이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간 활약한 추신수 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 총괄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가운데 야구 원로 박용진 전 감독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추신수 육성 총괄이 타석에서 느낀 혼란과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개인의 경험과 감정만으로 제도의 문제점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박용진 전 감독의 주장이다.
추신수 육성 총괄은 최근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해 ABS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해야 하는데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대회에서는 KBO리그와 같은 방식의 ABS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타자들이 ABS 존에 익숙해질 경우 국제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ABS가 자신의 은퇴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놨다. 추신수 육성 총괄은 “얼마나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했냐면 한 번은 주심에게 ‘솔직히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라고 하소연한 적도 있다”며 “미국에서 16년 동안 잘난 건 없어도 볼과 스트라이크를 고르는 것 하나로 16년을 살았던 사람인데 사람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선린상고와 신일고를 비롯해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에서 2군 감독을 지낸 박용진 전 감독이 반론을 제기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22일 자신의 블로그 ‘박용진의 야구 이야기’에 ‘“ABS 때문에 은퇴했다”는 추신수, 자존심이 제도의 기준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먼저 추신수의 경험 자체는 존중했다. 오랫동안 사람 심판의 판정에 익숙했던 타자가 전혀 다른 판정 시스템을 접하면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선수가 불편했다고 해서 그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추신수가 자부심을 드러낸 선구안을 두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좋은 선구안을 지닌 타자의 판단이 언제나 규칙보다 앞설 수는 없다”며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칠 수 있다고 느끼는 공이 아니라 규칙으로 정해진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은 선수의 감정이다. ABS가 잘못됐다는 것은 자료로 증명해야 할 주장이다. 이 둘을 섞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추신수가 언급한 메이저리그의 ABS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메이저리그가 사람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ABS를 활용하는 챌린지 방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KBO리그의 전면 ABS 방식이 잘못됐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의 KBO 방식이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스트라이크존의 높이와 폭을 비롯해 선수 신장 측정 방식, 구장별 장비 편차, 국제대회 스트라이크존과의 차이 등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경쟁력 저하에 대한 추신수의 우려에도 ‘검증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ABS 도입 전후 대표팀 타자들의 삼진과 볼넷 비율, 코스별 적응 문제 등을 구체적인 자료로 비교한 뒤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진 전 감독은 추신수의 화려한 경력과 경험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모든 주장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더욱 단호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내 눈에는 볼이었다’, ‘타석에서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았다’는 말은 한 선수의 경험담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잘못을 입증하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야구는 감각으로 시작하지만 기록으로 판단하는 경기다. 선수의 자존심이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제도를 비판하려면 자존심이 아니라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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