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이런 건 싫어…옛날 야구의 묘미가 사라졌다" 은퇴 앞둔 벌랜더 소신 발언, 무엇이 아쉬웠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09.24 01: 3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사이영상 3회 투수 저스틴 벌랜더(43·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세월은 이기지 못했다. ‘금강불괴’라고 불릴 만큼 지치지 않는 내구성을 자랑했지만 거듭된 부상에 은퇴한 벌랜더는 세월이 흐른 만큼 바뀐 야구 흐름도 아쉬운 모양이다. 
벌랜더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온 베이스 위드 무키 베츠’에 출연해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야구의 변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 2월 디트로이트와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친정팀에 복귀한 벌랜더는 그러나 첫 등판부터 고관절을 다쳤다. 부상자 명단에서 재활을 거쳐 6월 중순 복귀를 앞뒀지만 햄스트링 염좌로 제동이 걸렸다. 부상이 반복되고 길어지자 벌랜더도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지난 7월 올스타전을 앞두고 시즌 후 은퇴를 발표했다. 

[사진] 저스틴 벌랜더가 2022년 휴스턴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 후 아내 케이트 업튼과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벌랜더는 “내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선수들이 ‘어느 순간 몸이 따라주지 않는 때가 온다’고 했는데 바로 그거였다. 팔 상태는 아주 좋지만 몸이 투구 동작을 허락하지 않았다. 커리어 내내 바퀴가 빠질 때까지 던지겠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바퀴가 빠져나간 것이다. 솔직히 씁쓸하다. 디트로이트로 돌아오면서 건강하게 대부분 시즌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팀에 미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45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벌랜더는 당대 최고 투수로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다. 지난 2005년 디트로이트에서 데뷔한 뒤 휴스턴 애스트로스, 뉴욕 메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21시즌 통산 556경기(3571⅓이닝) 266승159패 평균자책점 3.33 탈삼진 3554개를 기록했다. 사이영상 3회, MVP 1회, 신인상, 트리플 크라운 1회, 올스타 10회, 평균자책점 1위 2회, 월드시리즈 우승 2회, ALCS MVP, 노히터 게임 3회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청난 강속구와 내구성으로 유명한 벌랜더이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스스로에게 갖는 객관성이었다. 그는 “매 등판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7이닝 무실점을 했더라도 타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거나 원하는 위치로 공이 들어가지 않거나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갔다면 집에 가서 재평가해야 한다. 반대로 안 좋은 투구를 해도 공 자체는 좋았다면 다음 등판 때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발투수는 등판 사이 5일의 시간이 있어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나도 커리어 초반에는 엄청나게 감정적인 선수였다. 흥분해서 100마일을 힘으로 던지다가 피칭 디자인이 무너지곤 했다”고 떠올렸다. 
비단 투수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벌랜더는 “타릭 스쿠발(다저스) 같은 선수는 실링이 엄청 높지만 모든 선수가 그런 실링을 가진 건 아니다. 빅리그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기준선이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다. 자신이 올스타급인지, MVP급인지, 주전급인지 파악하고 그 수준에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10년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즉시 바로잡는다. 그들은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벌랜더에게도 자신이 정한 기준 밑으로 내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시즌 막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 데이터 분석에 눈을 뜨면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벌랜더는 “휴스턴에 갔을 때 구단에서 ‘투심을 그만 던지고 포심 패스트볼만 던져. 네 포심은 리그 최고야’라며 데이터를 보여줬다. (플라이볼 혁명으로) 타자들이 올려치는 스윙을 하는 시기였는데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니 타자들이 못 쳤다”며 “디트로이트에선 처음에 데이터 분석이 뭔지 잘 몰랐다. 순수하게 감에만 의존했는데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 시절 데이터 분석 자료를 처음 봤다. 그러다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됐고, 포수 브라이언 맥캔이 와서 나를 컴퓨터 앞으로 앉혀 데이터 활용에 대해 얘기했다. 그때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흡수해 내 직감과 함께 경기에 활용했다”고 돌아봤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요할 때 적절히 변화도 주며 20년 념게 롱런한 벌랜더이지만 요즘 야구의 달라진 환경, 투구 트렌드 변화는 아쉽다. 그는 올해부터 도입된 ABS 챌린지 시스템에 대해 “좋은 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 스포츠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하고, 중요한 순간에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오심을 막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가끔 야구라는 게임 자체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심판마다 각자 스트라이크존이 있고, 난 그런 올드스쿨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ABS 챌린지로 경기가 끝나는 게 진짜 싫다. 그런 경우를 몇 번 봤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챌린지를 한다. 경기를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좋은데 그런 식으로 끝나면 약간 김이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벌랜더는 “구단들은 타순이 두 바퀴 돌 때까지 전력 투구하기를 원하고, 선수들은 요구받은 대로 한다. 하지만 올드스쿨인 내 관점에선 ABS 도입으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고, 예전처럼 정교한 투구를 해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볼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투수가 코너에 완벽하게 제구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며 투수에게 다소 불리해진 환경을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요즘 투수들의 구위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5~6이닝만 던지고 만족하는 요즘 선발들을 보면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놀란 라이언에게 나에 대해 물어봤다면 ’매 경기 50구만 더 던지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을 것이다. 사이 영에게 라이언에 대해 물어봤다면 똑같은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야구는 항상 진화하고 ‘예전에는 이랬어’라고 말하는 낡은 사고방식의 은퇴 선수가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예전의 그 묘미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언젠가 그 흐름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2022년 휴스턴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에서 저스틴 벌랜더가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에 베츠가 “이제는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계속 넣어야만 하니까 타자 입장에선 오히려 치기 쉬운 면도 있다”고 말하자 벌랜더는 “옛날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 그렉 매덕스나 톰 글래빈 같은 투수들은 존에서 한참 빠진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받기도 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지금 투수들의 구위 중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힘 빼고 제구로만 승부할 수가 없으니 최대한 힘으로 타자를 압도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맞장구쳤다. 
구속 혁명 시대가 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투수들은 빠른 공을 던지는 데 혈안이 됐다. 100마일 파이어볼러가 어느 때보다 흔해졌고, 구단들은 선발에게 긴 이닝보다 짧은 이닝 전력 투구로 최대한의 힘을 뽑아내려고 한다. ABS 챌린지 도입으로 심판들의 존도 좁아졌고, 공 하나 넣었다 빼며 존을 활용하는 기교파 투수들은 거의 사라졌다.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수 보호 및 관리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벌랜더 같은 이닝이터나 완투형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다. 오는 2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디트로이트 홈경기에서 마지막 등판을 갖는 벌랜더의 은퇴는 한 시대의 종식을 의미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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