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연패가 길어진 것 같다. 핑계대지 말자고 했다. 정신력으로 던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모두가 합심해서 11연패를 탈출했다. 특히 올 시즌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오롯이 견뎌내고 있는 김서현(22)은 투혼으로 팀의 11연패 탈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김서현은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7회 2사 1루 상황에서 올라와 9회까지 2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6-2 승리를 지켜냈다. 5-2 상황에서 올라와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면서 김서현은 시즌 2호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서현의 세이브는 지난 4월 8일 SSG전 이후 172일 만이었다.

지난해 주전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고 33세이브를 수확하면서 정규시즌 2위에 공을 세운 김서현이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부침을 거듭하면서 흔들렸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과정에서도 결정적 순간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다.

해를 넘겼지만, 지난 시즌 막판의 안 좋았던 흐름이 계속됐고 결국 김서현은 기나 긴 성장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즌 중에는 일본 지바현에 위치한 넥스트 베이스 에슬레틱스랩으로 단기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방황의 시간이 끝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김서현의 올 시즌은 아무런 성과 없이 저무는 듯 했다. 하지만 11연패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김서현은 어느 정도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김서현은 7회 2사 1루에서 등장해 전민재를 3루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8회에도 올라온 김서현은 선두타자 손성빈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장두성은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대타 전준우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황성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솎아냈지만 다시 나승엽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조동욱 등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지만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김서현을 믿었고 최다안타 타이틀에 도전하는 레이예스를 상대했다. 그리고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김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비를 넘겼고 9회까지 책임지며 세이브를 완성했다. 11연패 탈출을 직접 이끌었다.
전날(26일) 창원 NC전 8회 김형준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최근 2경기 연속 실점했던 김서현이다. 앞서 23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2피안타 1실점 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어제(26일) 제가 8회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9회 동점을 할 수도 있는 상황도 있었고 연장에 가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어제 홈런 때문에 생각이 많았다. 나 때문에 연패가 길어진 것 같았다”라고 돌아보면서 “오늘 7~8회 던질 때에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연패 중이니까 ‘한 번만 더 던져보자’고 하셔서 그동안 못했던 기억도 있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9회에는 정말 정신력으로 던졌다”고 전했다.

“이렇게 3번째 이닝에 접어드는 멀티이닝은 처음”이라고 설명한 김서현. 그는 “8회까지는 생각을 했고 감독님께서 힘들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일단 연패를 끊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한 번만 더 던져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감독님께서 저를 그만큼 믿으셨기 때문에 맡기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했고 9회까지 잘 던지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오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작년에 (정)우람 코치님께서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막아야 하는 게 불펜 투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 다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오늘은 핑계대지 말고 더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8회가 너무 길었다는 점이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선배들께 너무 고생하셨다고 먼저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9회까지 믿어주셨기 때문에, 정중히 다시 인사드렸다”라면서 “그 다음 팬분들을 봤는데, 행복해 하시는 것을 보고 정말 뜻깊은 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되돌아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