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눈앞이었는데...'세계 46위' 유태빈, 기적의 질주는 여기까지! '前 세계 챔피언'에게 1-2 석패→男 단식 16년 만의 동메달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6.09.28 15: 06

'기적의 사나이' 유태빈(23, 김천시청)의 위대한 도전이 4강에서 막을 내렸다. 그가 결승 진출에 단 한 걸음을 남겨두고 미끄러지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태빈(세계랭킹 46위)은 28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단식 4강전에서 '싱가포르 강호' 로킨유(세계랭킹 13위)에 1-2(19-21 21-19 12-21)로 패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유태빈은 이번 대회에서 잇달아 대이변을 쓰며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비교적 덜 알려진 선수인 그는 32강에서 세계 11위 린춘이(대만)를 2-0으로 꺾더니 16강에서 만난 세계 6위 스위치(중국)마저 2-0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특히 스위치는 중국 배드민턴의 자존심 중 한 명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최강자다. 최근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랭킹이 떨어지긴 했지만, 52주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유태빈은 '자이언트 킬링'을 일궈내며 2016년 손완호 이후 처음으로 스위치를 잡은 한국 선수가 됐다. 한국 선수들의 스위치 상대 17연패 기록도 끊어냈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유태빈의 기세는 쭉 이어졌다. 그는 전날 열린 8강전에서도 일본의 나라오카 고다이(세계 7위)를 상대로 2-1(12-21 21-5 21-11)로 역전승을 거뒀다.
당시 유태빈은 첫 게임을 아쉬운 범실로 내줬지만, 이후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공격으로 두 게임을 내리 따내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특히 2게임에선 단 5점밖에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기선을 제압당한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단숨에 깜짝 금메달 후보로 등극한 '언더독' 유태빈.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역시 "유태빈의 꿈같은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그의 돌풍을 조명했다.
로킨유 역시 모두를 놀라게 하며 준결승 무대까지 살아남은 선수다. 1997년생인 그는 2021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으로 관록과 경험을 갖춘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8강에서 만난 세계 1위 조나탄 크리스티(인도네시아)를 상대로는 열세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2-0으로 승리하며 반전을 연출했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4강에 오르면서 나란히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확보한 유태빈과 로킨유. 특히 유태빈은 2010년 광저우 대회 박성환(동메달)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배드민턴에 남자단식 메달을 안기는 성과를 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금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맞붙은 두 선수. 세계랭킹만 놓고 보면 로킨유의 낙승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경기 내용은 팽팽했다. 시소게임을 펼친 유태빈은 상대의 운영에 밀리면서 4-7로 끌려갔으나 랠리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8-7로 다시 앞서 나갔다.
다만 유태빈은 로킨유의 헤어핀과 노련한 플레이에 당하며 9-11로 뒤진 채 인터벌을 맞이했다. 이후 아쉬운 공격 실패가 겹치면서 14-19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유태빈은 포기하지 않고 연속 4득점을 올리며 한 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역전은 없었다. 로킨유의 공격이 네트 맞고 넘어오는 불운으로 게임 포인트를 허용했고, 마지막 점수를 내주며 19-21로 아쉽게 패했다.
2게임은 달랐다. 유태빈은 특유의 파워 넘치는 공격으로 로킨유를 몰아붙이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직선 스매시를 꽂아넣으며 5-1로 치고 나갔다. 로킨유도 빠르게 반격했지만, 유태빈이 11-8로 앞선 채 인터벌에 들어갔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로킨유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유태빈은 연속 실점하며 15-15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시원한 스매시 공격으로 포인트를 따내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19-16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유태빈. 하지만 마음이 급해지면서 실수가 나왔고, 내리 3실점하며 19-19 동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유태빈은 강한 공격으로 게임 포인트를 만든 뒤 21점에 먼저 도달했다.
운명의 마지막 3게임. 유태빈은 2-2에서 연속 4실점하며 흐름을 내줬고,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하며 인터벌을 6-11로 맞았다. 그는 특기인 점프 스매시로 조금씩 격차를 좁히려 했으나 로킨유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결국 유태빈은 경기 막판 페이스를 잃으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유태빈의 도전이 이렇게 준결승에서 멈춰서면서 한국 남자 배드민턴은 전원 탈락하게 됐다. 남자복식에선 세계랭킹 1위 서승재-김원호 조가 인도네시아의 레오 롤리 카르난도-다니엘 마르틴(세계 27위) 조에 0-2로 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마지막 희망이 된 유태빈이 2002년 부산 대회 이현일(은메달) 이후 24년 만의 남자단식 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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