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8강에서 제일 붙기 싫은 상대가 (이)제동이 형이었습니다.”
2시즌 연속 우승에 이어 3시즌 연속 4강 진출과 차기 시즌 시드권을 확보한 ‘짭제’ 박상현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대선배 이제동을 향한 깊은 존중을 드러냈다.
박상현은 28일 서울 대치동 프릭업스튜디오에서 열린 ‘ASL 시즌22’ 8강전에서 이제동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첫 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특유의 날카로운 저글링 러시와 과감한 판짜기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상현은 “4강에 올라가게 돼서 정말 기쁘다. 무엇보다 가장 존경하는 (이)제동이 형과 다전제에서 승부를 펼치고 올라갈 수 있어서 더욱 뜻깊고 기쁘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사실 경기 전 그가 느꼈던 부담감은 상당했다. 박상현은 “솔직히 8강 상대가 정해졌을 때 제일 피하고 싶었던 선수가 제동이 형이었다”면서 “유일하게 기세에서 눌린다고 생각하는 게이머이자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이기 때문이다. 대결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넘어야 할 산이라 만감이 교차했다”고 회상했다.
16강 조지명식 때부터 저저전을 피하려 노력했다는 그는 “8강에서 저저전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와중에 제동이 형을 만난 것이 오히려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전했다.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연습에 임했다는 박상현은 “순간순간 좋은 컨트롤과 판단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승부처가 된 2세트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한 맵에서 제동이 형이 12앞마당 같은 과감한 빌드를 꺼낼 것이라 예상하고 9드론을 준비했다”라며 “예상대로 승리하면서 떨어진 기세를 되찾았고, 그 흐름을 타 3, 4세트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3세트 상황에 대한 비화도 털어놓았다. “사실 오디세이 맵은 제동이 형이 준비를 안 해왔을 것 같아 저도 연습을 안 했었다”던 박상현은 “윤환이 형(김윤환)이 연습할 때 제가 쓴 9드론 빌드를 연습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침 둘의 빌드가 갈리면서 이길 수 있었는데 윤환이 형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4강전 상대 선호도에 대한 질문에는 테란전을 희망했다. “저저전은 너무 스피디하게 끝나 볼거리가 부족한 느낌이라 연습하는 맛이 있는 테란전을 더 원한다”면서도 “문성진 선수가 워낙 잘하셔서 올라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종족 밸런스 및 맵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프로토스 유저분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다. 매뉴얼대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치 있게 말을 아꼈다.
이어 이전 대회에 비해 한결 편안해진 마음가짐도 전했다. “지난 시즌에는 준비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 시즌 16강은 평소 기본기를 바탕으로 준비해서 힘이 많이 남아있었다. 덕분에 8강 준비가 전혀 힘들지 않았다”라며 “저번 시즌 (이)영호 형을 꺾고 우승하면서 쓰리핏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었다. 이제는 지더라도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박상현은 “대회에서 한 번 이겼다고 해서 다음에 또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제동이 형 같은 레전드들과 좋은 무대에서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큰 행운이다.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인사를 남겼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