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 뒤에는 엄청난 투혼이 있었다. 3년 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낸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세계랭킹 2위 이소희-백하나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둘은 전날 일본 이치노미야 시립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세계 1위)를 상대로 2-1(26-28 21-18 21-18)로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게임 41분, 2게임 28분, 3게임 37분. 중간 휴식시간 포함 총 111분이 걸린 혈투였다. 이소희와 백하나는 듀스만 7번을 기록하는 명승부 끝에 아쉽게 첫 게임을 내줬다. 하지만 뛰어난 집중력과 막판 뒷심으로 남은 두 게임을 내리 따내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이번 대회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긴 이소희-백하나 조. 둘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에게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던 아픔을 씻어냈다. 한국 배드민턴이 2002년 부산 대회 라경민-이경원 이후 24년 만에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순간이었다.

금의환향한 이소희-백하나. 취재진 앞에 선 백하나는 "항저우 때는 은메달을 따서 아쉬웠는데, 이번엔 운 좋게 금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다며 미소 지었다. 이소희 역시 "(백) 하나 말대로 지난번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은 기회가 돼서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대회 이소희-백하나 조의 출발은 그리 좋지 못했다. 둘은 여자 단체전에서 2연패를 기록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지 못했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복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마음의 짐을 완벽히 벗어던졌다.
이소희는 "단체전 때 부진하고 개인전 첫 경기 뛸 때도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우리 경기력도 나온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특히 80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며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류성수-탄닝 조를 다시 한번 넘어섰다는 점에서 더욱더 뜻깊은 금메달이다. 이소희-백하나는 두 선수를 상대로 한때 5연패를 기록 중이었지만, 지난 8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승리한 데 이어 이번 대회 결승에서도 둘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백하나는 비결을 묻자 "(류성수-탄닝은) 아무리 스매시를 때려도 받을 선수들"이라며 "너무 많이 생각하기보다는 예전에 했었던 영상 보면서 어떻게 이겼는지만 돌아보며 (경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워낙 수많은 랠리가 오가는 장기전이었던 만큼 3게임 막판엔 류성수가 다리 근육 경련으로 주저앉기도 했다. 그는 18-18 상황에서 쓰러지더니 한동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류성수는 넘어지면서도 계속 경기를 소화하는 투혼을 펼쳤지만, 한국의 우승을 막을 순 없었다.
이소희 역시 한계에 다다른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네 선수 중 제일 먼저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이 올라온 것 같은데, 몇 점 안 남았고 이것 때문에 지긴 싫다는 생각으로 버텼다"라고 고백했다. 그러자 류성수가 먼저 무너졌고, 한국은 류성수를 공격하지 않는 페어플레이를 택하면서도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만 32세의 나이로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왕좌에 오른 1994년생 이소희. 그는 "나와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을 줄 상상하지 못했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힘을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백하나도 "경기장에서 많은 분께서 응원해 주셔서 한국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게 경기했다. 그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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