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록을 넘어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란다”.
한화 이글스와 경찰 야구단 지휘봉을 잡았던 유승안 전 감독이 37년 만에 한화의 ‘20홈런 포수’ 계보를 이은 허인서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자신의 기록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선배의 진심이 담겼다.
허인서는 지난달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8로 뒤진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NC 선발 구창모를 상대로 좌중월 솔로 아치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1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4구째 124km 커브를 공략해 시즌 20번째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로써 허인서는 1989년 유승안 이후 37년 만에 한화 소속 포수로 한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홈런 1개를 추가하면 유승안이 기록한 21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역 시절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유승안 전 감독도 후배의 기록 행진을 반겼다.
유승안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화에 공격형 포수가 나타났다. 유승안 이후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나는 기다린다. 허인서가 21홈런을 넘어 22개, 23개를 치기를”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37년 동안 보유했던 기록이 깨지는 데 대한 아쉬움보다 기대감이 훨씬 컸다.
그는 “30년이든 40년이든 오랫동안 이어진 기록을 누군가 깬다는 건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선수 개인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한화 팬들에게도 매우 기대되는 기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겨우 21개의 홈런을 신기록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평가도 있겠지만 팀을 넘어 KBO리그를 평정하려면 일단 이 기록부터 넘어야 한다”며 “앞날이 창창한 선수다. 21홈런을 훨씬 넘어 앞으로 40개, 50개를 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유승안 전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포수를 지켜보고 키웠다. 그런 만큼 허인서의 성장세를 더욱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유승안 전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서 수많은 포수를 키워봤지만 나 역시 허인서의 홈런에 관심이 많다”며 “내가 지도했던 포수 가운데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재훈(한화), 장성우(KT 위즈) 등 많은 포수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양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산 9차례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양의지는 유승안 전 감독이 꼽는 최고의 포수다. 동시에 허인서가 언젠가 넘어섰으면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유승안 전 감독은 “양의지의 특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공을 요구하는지 표정이나 패턴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김경문이라는 명장이 선택해 한화에서 (주전 포수로) 성장하고 있는 허인서는 분명 양의지를 능가하는 포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기대했다.

허인서는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꼽힌다. KBO리그에서 포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건 1990년 김동수, 1999년 홍성흔, 2010년 양의지 등 세 차례뿐이다. 허인서가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면 양의지 이후 16년 만의 포수 신인왕이 탄생한다.
SSG 랜더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민준이 15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3.65로 활약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20홈런 포수’라는 상징성은 허인서의 강력한 무기다.
37년 동안 이어진 기록의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이름이 지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21홈런에서 멈추지 말고 22개, 23개를 넘어 더 높은 곳으로 향하라는 게 유승안 전 감독의 바람이다.
그리고 그가 허인서에게 기대하는 최종 목적지는 단순한 ‘한화 역대 최고 공격형 포수’가 아니다. 양의지를 뛰어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편 유승안 전 감독은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충남 계룡에서 카페와 펜션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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