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의 부상 이탈로 자칫 어수선해질 수 있는 상황. 김헌곤(삼성 라이온즈 외야수)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544일 만에 터진 홈런. 하지만 김헌곤은 자신의 오랜 침묵을 깬 것보다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는 사실을 더 반겼다. 그리고 자신이 대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 계기가 된 구자욱을 향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부터 전했다.
김헌곤은 지난 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당초 삼성의 주전 좌익수는 구자욱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지난달 30일 한화전에서 주루 도중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다. 검진 결과 대퇴이두근 장두 기시부 힘줄이 0.5~1cm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빈자리에 김헌곤을 투입했다. 상대 선발이 좌완 황준서라는 점도 고려했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김헌곤은 좌완 투수를 상대로 대처 능력이 좋다. 그래서 먼저 나간다”고 선발 기용 배경을 밝혔다.
사령탑의 선택은 적중했다. 삼성은 초반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고도 좀처럼 황준서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4회 허인서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답답한 흐름을 깬 주인공이 김헌곤이었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김헌곤은 볼카운트 1B-0S에서 황준서의 2구째 141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5m의 동점 솔로 홈런.
김헌곤에게는 특별한 한 방이었다. 지난해 4월 5일 대구 한화전 이후 무려 544일 만에 터진 홈런이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홈런과 이날 홈런 모두 한화를 상대로 기록했다.
김헌곤의 동점포로 분위기를 바꾼 삼성은 7회 이재현의 결승 투런 홈런을 앞세워 한화를 3-2로 제압했다. 지난달 22일 대구 NC 다이노스전 이후 5연승.

경기 후 김헌곤은 홈런 상황에 대해 “첫 타석에서 직구에 반응이 늦어서 그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고 있었다”며 “초구가 볼이 되면서 투수가 좀 더 적극적으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적극적으로 배트를 돌렸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544일 만의 홈런이었지만 개인적인 기쁨보다 팀을 먼저 이야기했다.
김헌곤은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지금 자욱이가 다쳐서 여러모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욱이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이 빠진 자리를 온전히 한 선수가 채울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공백을 나눠 메워야 한다. 이날만큼은 베테랑 김헌곤이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냈다.
박진만 감독의 기대대로 좌완 황준서를 상대로 544일 만의 홈런을 터뜨렸고, 그 한 방은 패색이 드리우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구자욱의 부상이라는 악재 속에서 나온 베테랑의 한 방이기에 더욱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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