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수비" 감독 혼자 확신...선수들은 "수비수들 불쌍하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 고통 호소 [오!쎈 울산]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10.03 01: 13

감독은 함께 뛰었다고 했다. 선수는 함께 싸우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경기를 치른 모레노호 안에서 서로 다른 진단이 나왔다.
로베르트 모레노(49)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베네수엘라와 A매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에 이어 모레노 감독 부임 후 3경기 성적은 1승 1무 1패가 됐다.
무승부보다 눈에 띈 것은 경기 후 쏟아진 말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열한 명이 함께 공격하고 수비했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정반대의 문제를 짚었다.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황인범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며 대표팀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꺼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전부터 "열한 명 모두 수비하고 공격한다"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최전방 공격수 오현규도 "첫 번째 수비수"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전이 끝난 뒤에는 그 원칙이 경기장에서 구현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우루과이전에 비해 수비는 많이 성장했다. 공격은 그렇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팀적으로 더 같이 뛰었다. 11명이 같이 공격하고 같이 수비하는 모습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김민재는 방송사 인터뷰에서 "포백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싸워줘야 한다. 안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말은 더 거칠어졌다. 그는 "수비수들 보면 불쌍하다. 경기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 이런 경기면 7-0 승리든, 9-0 승리든 기쁘지 않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이 수비의 성장을 이야기한 경기에서 핵심 수비수는 수비수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감독이 열한 명의 공동 움직임을 봤다고 한 경기에서 선수는 함께 싸우는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적어도 이날 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감독과 선수의 시선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었다.
김민재의 지적은 단순한 활동량 문제가 아니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그는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게 단순한 킬로미터 수 이야기가 아니다. 경합을 같이 해야 하고, 90분 내내 싸워야 하고, 경합에서 이겨야 한다. 졌을 때는 주변에서 세컨드 볼도 잡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중원에서 숫자 싸움에 밀린 것이 전술적인 문제 아니냐는 질문에도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다 같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선수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한 시점도 경기 후가 아니었다. "경기 전에 했다"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이미 주문했던 부분이 경기장에서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김민재의 발언을 팀을 이끄는 선수의 승부욕으로 해석했다. 그는 "우리 팀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이끌어주고 싸워주고 함께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기에 무승부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뛰었다는 자신의 평가는 거두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은 "잘 됐다고 본다. 공격은 물론 수비도 그렇다. 피지컬 데이터가 증명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다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함께 뛰었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말은 다시 엇갈린다. 감독은 피지컬 데이터를 근거로 함께 뛰었다고 했다. 김민재는 바로 그 '뛴 거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경합에 함께 붙었는지, 동료가 공을 놓쳤을 때 주변에서 도왔는지, 다음 공을 누가 잡았는지가 그의 지적이었다.
황인범도 김민재의 답답함에 공감했다. 그는 "뒤에서 수비수들이 오늘 정말 잘해준 게 맞다. 민재 입장에서 답답했을 것 같고, 저를 포함해서 앞쪽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황인범의 이야기는 경기장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개선할 부분을 묻자 "많지 않을까"라고 답한 그는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봤다.
"대표팀 9년 차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 여러 가지 변화돼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더 무거운 답이 나왔다. 황인범은 "회장님이 지금 안 계신 상황이고, 감독님도 임시 감독님으로 오셨다 보니까 어떻게 될지 미래를 모르는 상황이다. 선수들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문제점들이 분명히 보이는 상황들이 많은데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설 사람도 없다. 답을 못 찾았다.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내용 역시 무실점이라는 결과만으로 안심하기 어려웠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45분에야 나왔다. 후반에는 송범근이 라미레스의 헤더와 일대일 슈팅을 막았다. 상대가 골망을 흔든 장면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골대에 맞은 슈팅도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한국 박스 안 터치는 21회였다. 한국이 상대 박스 안에서 기록한 7회의 세 배다. 한국의 걷어내기는 32회로 베네수엘라의 13회보다 많았다. 이 수치만으로 팀의 수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0-0이 곧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뜻하지는 않았다.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베네수엘라의 친선경기가 열렸다.에콰도르전 3-0 완승과 우루과이전 1-4 대패로 극명한 경기력을 보인 ‘모레노호’가 베네수엘라전에서 전술적 유연성을 앞세워 빠르게 문제점을 보완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대한민국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김민재와 얘기를 하다 돌아 서고 있다. 2026.10.02 / foto0307@osen.co.kr
모레노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행한 훈련이 여섯 번뿐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지금 건물을 짓고 있다.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중이다. 한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무너뜨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새 체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잘됐다고 평가한 부분을 선수들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면, 무엇을 보완할지부터 다시 맞춰야 한다.
김민재는 함께 싸우지 않았다고 했다. 황인범은 앞쪽 선수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고, 답을 찾지 못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이를 무승부에 만족하지 못한 선수들의 아쉬움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발언이 구체적이고 무겁다.
건물을 계속 쌓으려면 같은 도면을 보고 있어야 한다. 감독은 열한 명이 함께 움직였다고 확신하는데,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은 함께 싸우지 못했다고 한다. 모레노호가 먼저 좁혀야 할 간격은 경기장 안의 공수 간격만이 아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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