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체성을 모르겠더라” 2년 연속 20홈런 타자의 고백…백정현 한마디 듣고 다음날 ‘쾅!’ [오!쎈 대구]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10.03 18: 06

“솔직히 너무 좋다”.
모처럼 김영웅(삼성 라이온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만큼 3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터뜨린 홈런 한 방의 의미는 남달랐다.
김영웅은 이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3회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올린 데 이어 5-4로 앞선 6회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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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카운트 0B-2S의 불리한 상황에서 두산 우완 김정우의 145km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삼성은 김영웅의 귀중한 추가점을 앞세워 두산을 6-4로 꺾고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 109 2026.10.03 / foto0307@osen.co.kr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영웅은 “솔직히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오늘 결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경기 전부터 ‘직구 타이밍에 늦지 말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부분이 조금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무라카미 타카유키 타격 코치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김영웅은 “코치님께서 ‘직구가 잡혀야 변화구도 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2024년과 지난해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리며 삼성의 중심 타자로 성장한 김영웅이지만 올 시즌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부진이 길어지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박진만 감독은 김영웅의 부진을 기술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찾았다. 그는 “결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위축된 부분이 있다. 자기 스윙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삼진을 당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거기에 휩쓸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최원태가, 방문팀 두산은 최승용이 선발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이 6회말 무사 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 2026.10.03 / foto0307@osen.co.kr
김영웅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순간 자신이 어떤 타자가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졌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좀 헷갈렸다. (최)형우 선배님께서 ‘평생 2할5푼만 칠 거냐’고 말씀하신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나 스스로도 ‘나는 홈런 타자인가, 컨택형 타자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생각이 복잡해진 김영웅에게 또 한 명의 베테랑이 답을 건넸다. 타자가 아닌 투수 백정현이었다.
김영웅은 전날 경기를 마친 뒤 백정현과 폼롤러를 하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정현이 형에게 ‘제 정체성을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그런 게 어디 있냐. 그냥 배트 중심에 맞으면 나가는 거다. 그런 걸 생각해야 한다’고 하셨다”.
김영웅은 내친김에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꺼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제가 비시즌에 어떻게 준비할지 말씀드렸더니 정현이 형이 ‘왜 지금 비시즌을 생각하느냐.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너무 1차원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정말 감명 깊었다”.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최원태가, 방문팀 두산은 최승용이 선발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이 6회말 무사 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6.10.03 / foto0307@osen.co.kr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라는 김영웅에게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조언이었다. 그는 “생각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 같다.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삼진을 생각하면 몸부터 움찔한다. 그런 생각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가을의 강렬했던 기억도 이제는 내려놓기로 했다. 김영웅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6타수 10안타, 타율 6할2푼5리에 3홈런 12타점 5득점을 기록하며 가을 무대를 지배했다.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자신감까지 더해져 올 시즌을 앞두고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성공에 기대지 않기로 했다. 김영웅은 “2년 연속 20홈런을 쳤던 기억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 올 시즌에도 자신 있게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제 정현이 형과 이야기하면서 작년 가을은 이제 잊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계속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타자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던 김영웅.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거창한 정체성을 규정하기보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삼성은 최원태가, 방문팀 두산은 최승용이 선발 출전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영웅이 6회말 무사 중월 솔로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6.10.03 / foto0307@osen.co.kr
그리고 바로 다음날, 김영웅의 방망이에서 모처럼 시원한 홈런이 터졌다. 그는 남은 시즌을 향해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팀이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힘줘 말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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