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원클럽맨' 베테랑 미들블로커 조재영이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조재영은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일본제철 사카이체육관 전지훈련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까지 배구를 오래할 줄 몰랐다. 지금까지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대한항공에는 원클럽맨이 많지 않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조재영은 주저 없이 세터 한선수를 꼽았다. 조재영은 "(한)선수 형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변함없이 강팀인 것 같다"며 웃었다.

조재영의 선수 인생에서 한선수는 특별한 존재다. 프로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조재영의 포지션은 지금의 한선수와 같은 세터였다. 하지만 한선수라는 높은 벽 앞에서 미들블로커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조재영은 "이 팀에서 선수 형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선수 형이 많이 도와줘서 처음 접한 포지션인데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선수 형은 나에게 ‘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한선수는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조재영에게 최고의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조재영은 "선수 형이 '내가 만들어 줄 테니 너는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며 "미들블로커는 블로킹과 공격이 모두 중요한데 최고의 세터가 토스를 해주니 공격에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로킹에서도 선수 형의 토스를 계속 따라가면서 상대 세터의 움직임이나 공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물론 포지션 전향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조재영은 당시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잘하는 미들블로커 선배들도 많았고 후배들도 많았다. 웬만큼 훈련해서는 따라갈 수가 없었. 아침, 점심, 야간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몇 타임이 됐든 계속 훈련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릎 도가니’를 갈아 넣어가며 지속한 훈련은 결국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꿨다. 조재영은 "계속 세터를 했다면 이 팀 저 팀을 다니다가 은퇴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걸 보면 포지션을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고 했다.
세터로 쌓은 경험은 조재영만의 무기가 됐다. 그는 "세터는 기본적으로 두 번째 공을 책임지는 포지션이다. 그래서인지 다음 공에 대비하는 준비 동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직접 토스를 올릴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어느덧 조재영은 선수단에서 한선수, 김규민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고참이 됐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곽)승석이 형이 있었고 그전에는 (김)성민이 형, (유)광우 형도 있었다. 올해 세 번째가 되니 확 와닿는다"며 "이제는 지석이를 도와주려고 한다. 형들이 했던 것처럼 해줄 이야기도 있고 팀 분위기를 잡는 데도 거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조재영은 잔류를 택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명성에 기대지 않고 여전히 발전하는 선수로 남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조재영은 "'이 선수는 이제 나이도 있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싶다. 그래서 비시즌에도 체중을 감량하는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thec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