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미들블로커' 조재영, 왜 '벽'이었던 한선수를 '귀인'이라 표현했을까
OSEN 조은혜 기자
발행 2026.10.04 14: 20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원클럽맨' 베테랑 미들블로커 조재영이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조재영은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일본제철 사카이체육관 전지훈련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까지 배구를 오래할 줄 몰랐다. 지금까지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대한항공에는 원클럽맨이 많지 않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조재영은 주저 없이 세터 한선수를 꼽았다. 조재영은 "(한)선수 형이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변함없이 강팀인 것 같다"며 웃었다.

ⓒ대한항공 제공

조재영의 선수 인생에서 한선수는 특별한 존재다. 프로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조재영의 포지션은 지금의 한선수와 같은 세터였다. 하지만 한선수라는 높은 벽 앞에서 미들블로커라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조재영은 "이 팀에서 선수 형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선수 형이 많이 도와줘서 처음 접한 포지션인데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선수 형은 나에게 ‘귀인’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한선수는 미들블로커로 전향한 조재영에게 최고의 훈련 파트너이기도 했다. 조재영은 "선수 형이 '내가 만들어 줄 테니 너는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며 "미들블로커는 블로킹과 공격이 모두 중요한데 최고의 세터가 토스를 해주니 공격에서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로킹에서도 선수 형의 토스를 계속 따라가면서 상대 세터의 움직임이나 공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대한항공 제공
물론 포지션 전향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조재영은 당시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잘하는 미들블로커 선배들도 많았고 후배들도 많았다. 웬만큼 훈련해서는 따라갈 수가 없었. 아침, 점심, 야간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몇 타임이 됐든 계속 훈련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릎 도가니’를 갈아 넣어가며 지속한 훈련은 결국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꿨다. 조재영은 "계속 세터를 했다면 이 팀 저 팀을 다니다가 은퇴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팬들이 기억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걸 보면 포지션을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고 했다.
세터로 쌓은 경험은 조재영만의 무기가 됐다. 그는 "세터는 기본적으로 두 번째 공을 책임지는 포지션이다. 그래서인지 다음 공에 대비하는 준비 동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직접 토스를 올릴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어느덧 조재영은 선수단에서 한선수, 김규민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고참이 됐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곽)승석이 형이 있었고 그전에는 (김)성민이 형, (유)광우 형도 있었다. 올해 세 번째가 되니 확 와닿는다"며 "이제는 지석이를 도와주려고 한다. 형들이 했던 것처럼 해줄 이야기도 있고 팀 분위기를 잡는 데도 거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조재영은 잔류를 택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명성에 기대지 않고 여전히 발전하는 선수로 남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조재영은 "'이 선수는 이제 나이도 있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싶다. 그래서 비시즌에도 체중을 감량하는 등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도 발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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