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버틴 자가 승자였다. 2003년 프로에 입단해 불혹을 넘긴 베테랑 투수가 23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는 인간승리를 해냈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지난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9-0 완승을 거뒀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 매직넘버가 2였던 KT는 이날 승리와 함께 대구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패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제패를 확정했다. 창단 첫 통합우승 역사를 쓴 2021년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해낸 KT는 2021년, 2023년에 이어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우승 확정 순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쏟은 선수가 있었으니 41살 잠수함투수 우규민이었다. 우규민은 휘문고를 나와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2차 3라운드 19순위 지명된 24년차 베테랑. LG(2003~2016), 삼성 라이온즈(2017~2023), KT(2024~)에서 20년이 넘도록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데뷔 첫 한국시리즈 진출과 함께 우승반지를 거머쥘 기회가 찾아왔다.
현장에서 만난 우규민은 “24년 만에 처음 1위라는 걸 해보니까 감정을 북받쳐올랐다. 감독님 말씀대로 좋은 팀, 좋은 선수들, 좋은 코치님들과 함께 우승을 해서 더 감격스러웠다”라며 “(작년 우승팀) LG 유니폼을 보면 우승패치가 새겨져있다. 그걸 달고 1년 내내 야구를 한다. 그게 항상 부러웠다. 뭔가 나는 그 동안 약팀에만 있었던 거 같았는데 이제 나도 내년에 우승 패치를 붙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너무 기쁘다”라고 아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우규민은 2021년 삼성에서 타이브레이커 끝 아쉽게 지금의 소속팀 KT에 정규시즌 왕좌를 내줬다. 이후 플레이오프를 통해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으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두산 베어스에 2경기를 모두 내주며 꿈이 좌절됐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로 단축 운영됐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날 친정 삼성이 두산에 패하면서 우규민의 꿈이 이뤄졌다.

우규민은 “마지막에 삼성이 아웃되면서 끝났기 때문에 너무 기뻤지만, 최대한 (기쁜 표현을) 자제하려고 했다. 그런데 막 눈물이 났다”라며 “이전까지는 이긴다는 게 그냥 단순한 1승이었고, 오늘(5일)이 아니어도 1위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이면 홈에서 우승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눈물이 터진 거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23년의 세월 동안 우규민에게 한국시리즈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겨울에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상상을 한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나와는 거리가 먼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안 되니까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올해는 우리가 초반부터 치고 나가서 상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꿈이 이뤄졌다. 너무 기쁘다. 후배들이 1위라는 아주 좋은 선물을 해줬다”라고 감격했다.
프로야구판은 흔히들 승자가 버티는 게 아닌 버티는 자가 승자라는 말을 한다. 그 격언이 딱 맞아떨어진 우규민은 “그 말이 진짜 맞는 거 같다. 내가 몸 관리를 잘해서 팀에 보탬이 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도 왔다”라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야구를 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은 듯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 확정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른 동료가 있냐고 묻자 우규민은 주저없이 절친 강민호(삼성)를 언급했다. 우규민은 오랜 시간 함께 1위를 갈망하다가 2024년 한국시리즈를 처음 밟은 강민호를 향해 “(강)민호를 저격하기보다 나도 이제 한국시리즈를 맛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올라왔으면 좋겠다. 만일 민호가 올라온다면 우타자라 내가 직접 상대를 할 거 같기도 하다. 그런 상상을 평소에 많이 했고, 지면 안되니까 나 또한 잘 준비해서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오는 12일 대구 삼성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치는 KT는 약 3주 간의 휴식 및 준비를 거쳐 내달 초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이런 기다림조차 처음인 우규민은 “승자의 여유는 처음이다. 그냥 올라올 팀을 기다리면 된다니. 나도 이젠 꺼드럭대보겠다”라고 웃으며 “원래 이 기간에는 필라테스와 수영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나와서 훈련을 해야한다. 몸 관리를 잘해야할 거 같다. 모든 게 첫 경험이라 경험 있는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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