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때문에 경력 끊기는 건 선수만인가..."스포츠 미래 지켜달라" 학부모 호소, 일반 청년도 '국방 의무' 앞에 미래 멈춘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10.08 04: 34

선수 경력을 지켜달라는 호소다. 그러나 군 복무로 경력과 진로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운동선수만의 일이 아니다. 일부 선수에게는 복무하면서 훈련과 경기 출전을 이어갈 수 있는 상무라는 선택지도 마련돼 있다. 체육요원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면 이미 제공되는 지원과 일반 병역의무자 사이의 차이도 함께 살펴야 한다.
대한민국운동선수학부모연대는 지난 4일 '선수들의 실수는 꾸짖되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체육요원 제도 폐지보다 공익성과 복무 관리를 강화하는 개편을 먼저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논란은 한국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 이후 불거졌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쳤다! 엄지성(24, 스완지 시티)이 결승골로 한국축구를 살렸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U23 남자축구대표팀은 3일 오후 7시 30분 나고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6 결승전에서 엄지성의 결승골이 터져 숙적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게양되지 못하고 있다.      2026.10.03 /  soul1014@osen.co.kr

우승 직후 나온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성과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기혁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어서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라고 밝혔고, 박승수는 전역모를 착용한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세 선수는 이후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개인의 태도를 넘어 병역특례의 형평성 문제로 번졌다.
학부모연대도 이 대목에서는 선수들을 감싸지 않았다. "우승과 메달의 의미보다 병역 혜택만을 앞세운 발언과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선수가 전역모를 착용한 모습을 공개한 행동은 분명히 부적절했다"라고 밝혔다.
20일 오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30 미디어데이가 열렸다.오는 9월 1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에서 막을 올리는 20번째 하계 아시안게임인 이번 대회는 10월 4일까지 16일간 펼쳐진다.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각 종목 대표 선수들이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2026.08.20 / dreamer@osen.co.kr
이어 "군 복무 중인 청년들과 병역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국민께서 느끼셨을 허탈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한축구협회의 교육·관리 체계 점검도 요구했다.
다만 제도 폐지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대회 출전과 실전 경험, 세계랭킹 관리가 중요한 종목은 장기간 국제무대를 떠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수 육성 과정에서 검토할 사정은 맞다. 그러나 경력 단절의 우려만으로 체육 분야의 별도 복무 제도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결론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청년들도 군 복무를 위해 학업과 취업 준비, 직장생활을 멈추거나 조정한다. 운동선수의 공백을 설명하는 만큼 이들의 공백에도 같은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일부 운동선수에게는 국군체육부대, 상무에서 현역으로 복무하며 선수 활동을 이어갈 기회가 있다. 선발된 선수는 군인 신분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훈련과 대회 출전을 병행한다.
상무 복무를 병역 면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도 군인으로서 의무를 수행한다. 지원한다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종목별 운영 여부와 선발 인원, 자격 및 평가에 따라 기회가 제한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계속 수행하며 복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지원이다. 일반 병역의무자의 관점에서는 선수 경력의 공백을 줄여주는 유리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선수가 상무에 갈 수 없다는 한계와, 선발된 선수에게 경력을 이어갈 기회가 제공된다는 사실은 함께 놓고 봐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체육요원 제도는 이와도 다르다. 병무청 안내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은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동안 복무하며, 의무복무 기간에 총 544시간의 특기활용 공익복무를 수행한다. 현역 부대에서 생활하는 대신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다.
학부모연대는 이 공익복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바꾸자고 제안했다. 학교와 지역 체육시설, 복지기관을 연결해 청소년·취약계층 강습과 지역선수 지도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활동 실적과 평가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허위 실적과 의무 불이행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필요한 제안이다. 다만 공익복무의 실적을 제대로 확인하고 허위 이행을 막는 것은 제도 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약속만으로 편입 기준과 복무 방식의 형평성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연대는 "선수 경력이 중단된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복무 방식을 당연하게 요구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건 없는 현행 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논의의 출발점도 선수 경력 보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상무와 체육요원 제도가 각각 어떤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지, 그 지원을 다른 병역의무자와 비교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까지 답해야 한다. 국가가 별도의 복무 경로를 마련하는 만큼 사회가 얻는 공익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6일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박지성 FIFA 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축구·체육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혁신위원회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거버넌스 개선, 유소년 육성, 첨단 기술 도입 등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최휘영 공동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7.06 /sunday@osen.co.kr
정부는 제도 손질을 예고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체육·예술계 의견을 수렴하고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점진적으로 특례를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편 방식과 시행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일부 선수의 경솔한 언행만으로 모든 운동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반대로 그 언행과 별개로 제도의 형평성을 따지는 일을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선수에게는 경력을 지킬 기회가 중요하다. 병역을 이행하는 다른 청년들에게도 자신의 미래는 똑같이 중요하다. 이미 마련된 지원을 충분히 설명하고, 그에 걸맞은 공익과 책임을 증명하는 일이 제도 유지 요구보다 앞서야 한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