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만 매달리면 중요한 걸 잃는다.”
프로야구 KT 위즈 외야수 최원준은 지난 1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대비 첫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흘 전 대구에서 벌어진 사태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뒤 거듭된 반성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마인드를 뽐냈다.
지난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즌 15번째 맞대결.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와 안타왕 경쟁 중이었던 최원준은 3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삼성 선발 아리엘 후라도와 승부에서 볼넷을 얻자 돌연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볼보이를 향해 보호장비를 던지는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이날 전까지 최원준은 안타 부분 2위(204안타), 레이예스는 1위(205안타)를 달리고 있었다. KT 경기가 없는 9일과 10일 레이예스가 안타 2개를 추가하는 데 그치며 남은 2경기 두 선수의 진검승부가 성사됐는데 최원준이 안타왕 경쟁에 과열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고의4구도 아닌 풀카운트 승부에 따른 볼넷이었지만, 출루의 기쁨이 아닌 안타 생산 기회를 놓친 분노를 표출하며 빈축을 샀다.
15일 최원준은 “팀 성적을 우선시하다보니 개인 성적이 잘 나왔고, 아무래도 롯데와 경기수 차이가 있어서 당연히 안타왕이 어려울 거로 봤는데 막상 2경기 남았을 때 레이예스와 격차가 1개밖에 안 났다. 이게 그냥 최다안타 기록도 아니고 둘 중 이기는 선수가 KBO 신기록 보유자가 되기에 욕심이 났고, 예민해졌다”라며 “사실 그날(11일)도 더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었는데 쳐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안 됐다. 최종전처럼 편하게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방망이를 던진 순간은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최원준은 “내가 그 동안 우러러보던 레이예스와 경쟁을 한다는 자체로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 이렇게 기록을 위해 끝까지 경쟁한 게 처음이다. 그래서 성숙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다보니 나 자신을 더 옥죄었다”라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오면 그 때는 더 경쟁을 잘할 거 같다. 안타는 마음을 비워야 나오더라. 사실 내가 안타 200개를 치고 레이예스와 끝까지 경쟁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그게 현실로 다가오니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라고 반성했다.

이 자리를 통해 208안타를 칠 수 있게 끝까지 경쟁해준 레이예스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최원준은 “208개를 쳤는데 211개를 친 선수에 2위가 돼서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레이예스가 있었기 때문에 목표를 크게 잡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서)건창이 형을 보며 늘 200개를 치고 싶었고, 교타자로서 꼭 그날이 오길 바랐다. 올해 레이예스라는 대단한 선수와 함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거 자체가 내가 성공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레이예스를 내년에 이기면 되지 않냐는 질문에 최원준은 “물론 이기고 싶은데 이제는 기록에 욕심을 내고 싶지 않다.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했고, 내 개인 기록에 너무 매달리면 정말 중요한 걸 잃는 거 같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드는 시즌이다”라고 한층 성숙해진 마인드를 뽐냈다.
최원준은 4년 48억 원 FA 계약 첫해를 맞아 140경기 타율 3할5푼6리 208안타 9홈런 74타점 125득점 28도루 OPS .919 맹활약하며 득점 1위, 안타-출루율(.434) 2위, 타율 3위, 도루-OPS 7위를 해냈다. 시즌에 앞서 오버페이 논란을 지우고 싶다고 했는데 이를 넘어 혜자 FA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얻었다. 최원준은 정규시즌 MVP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최원준은 “올 시즌 활약이 너무 만족스럽다. 단장님께 오버페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기분이 좋다”라며 “이번 시즌 내 점수는 100점 만점에 95점이다. 마지막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결국 레이예스를 이기지 못했다. 4경기를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것도 있어서 5점을 깎았다”라고 총평했다.
최원준의 시선은 오는 11월 2일 시작되는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KIA 타이거즈 시절 우승반지를 2개나 거머쥐었으나 그 때는 팀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올해는 주축 선수로 세 번째 반지를 끼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최원준은 “2017년 우승 때는 거의 벤치만 있었고, 2024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사실 두 번의 한국시리즈 모두 내가 한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올해는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내가 역할을 많이 해야 팀이 우승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해볼 생각이다. 뜻대로 되진 않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 어떤 게 됐든 한 번 부딪쳐 보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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