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수영이 때아닌 원산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공개된 방송 내용과 제품 정보를 살펴보면 원산지를 숨기고 소비자를 속이려 했다는 의혹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생계를 위해 묵묵히 새로운 길을 개척해 온 그에게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쏟아진 비난이 안타까움을 남긴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수영이 운영에 참여한 게장 업체에 원산지를 문의했다가 채팅이 차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의 원산지를 물었을 뿐인데 차단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해당 주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김수영이 국산 꽃게만 강조하고 중국산 양념 사용 사실을 숨기려다 질문한 소비자를 차단했다는 식의 의혹으로 번지면서 소비자 기만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김수영은 앞서 18일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꽃게는 100% 연평도산 국산이며, 고춧가루는 중국산이라고 직접 밝혔다. 당시 그는 "고춧가루는 중국산이긴 하지만 식약청 다 허가받고 조사해서 농약 등 검출이 안 된 것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제품 상세 페이지에도 원산지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간장게장은 꽃게 34%, 소스류 66%로 구성됐으며 꽃게는 국산, 소스류는 외국산으로 표기됐다. 소스에 사용된 아미노산액의 원산지는 인도·미국·중국 등으로 표시됐고, 양념게장 역시 꽃게는 국산이지만 양념에 사용된 고추는 중국산으로 기재됐다.

적어도 중국산 원재료 사용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은 공개된 정보와 배치되는 셈이다. 원산지를 확인하려는 소비자의 질문은 정당하지만, 이미 공개된 정보를 근거로 판매자가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채팅 차단을 둘러싼 사정도 있었다. 김수영의 아내는 사과 영상에 남긴 댓글을 통해 "하루에 120만 명이 보는 방송입니다. 속일 이유도 없고 원활한 방송을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궁금해서 물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이제 그걸 먹이로 삼아 물타기로 중국산을 왜 먹냐, 그런 거 안 산다는 댓글 위주로 방송 자체가 불가능합니다"라며 "상세 페이지에 가면 다 나와 있어요. 원산지. 왜 속입니까?"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생계가 달린 일인데 차단당했다고 기분 상하신 점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사정이 있고 상처 매일 받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 알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방송 진행을 방해하는 악성 댓글에 대응할 필요가 있더라도 정당한 질문까지 차단됐다면 아쉬운 운영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다만 김수영 측의 설명처럼 악의적인 채팅이 이어졌다면, 개별 차단의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원산지 은폐를 위한 조치였다고 몰아가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김수영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비난하시면 정말 속상하고 막막하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공개된 원산지 정보와 방송 내용보다 자극적인 의혹이 앞서면서 결국 해명과 사과까지 해야 했던 상황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김수영이 그동안 생계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모습이다. 지난 2월 방송된 '특종세상'에서 김수영은 어린 시절 다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털어놨다. 19세부터 쓰레기 수거 일을 시작했고, 고물상에서 일하며 3년간 번 돈을 부모님께 드렸다는 사연도 공개했다. 이후 차비 5만 원을 들고 상경해 공채 개그맨이라는 꿈을 이뤘다.
그러나 '개그콘서트' 폐지는 또 다른 시련이었다. 김수영은 "없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많은 눈물을 쏟았다. 일터가 사라지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후 바나나 유통 사업에 도전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실패하며 빚을 떠안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생활용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방송에서는 새벽부터 물건을 싣고 전국을 돌며 손님을 맞이하고, 마감 직전까지 판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까지 면책받을 수는 없다. 소비자의 정당한 문제 제기는 존중받아야 하고, 판매자 역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이런 가운데 김수영을 향한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마음고생 많으셨을 텐데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은 언젠가 꼭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셨으면 해요.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좋은 관심도 있으니 힘내셨으면 한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무대가 사라진 뒤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온 김수영. 이번 논란에서 따져야 할 것은 그의 과거도, 감정적인 비난도 아닌 실제 원산지 공개 여부와 채팅 차단의 경위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누군가를 부도덕한 판매자로 단정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원산지 정보를 공개했음에도 소비자 기만 의혹에 휩싸이고, 결국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던 김수영의 상황은 씁쓸함을 남긴다. 비판에도 사실 확인이 먼저여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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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