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금껏 이렇게 젊은 프런트 수장은 없었다. LA 다저스의 인턴 사원으로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딛은 젊은 청년이 31세의 나이에 야구운영사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테일러 스미스 애슬레틱스 신임 사장이 주인공이다.
애슬레틱스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에이스 익스프리어 센터에서 스미스 신임 사장의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4년을 끝으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떠나 ‘임시 거처’ 새크라멘토에 잠시 머물고 있는 애슬레틱스는 2028년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있다. 새 구장을 짓고 있는 곳에서 스미스 사장의 선임을 알리며 다음 시대를 향한 신호탄을 쐈다.
올해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4위(64승98패 승률 .369)에 그치며 6년 연속 가을야구가 좌절된 애슬레틱스는 지난 8월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을 해고하며 일찌감치 팀 개편에 돌입했다. 두 달간 새로운 프런트 수장을 물색한 애슬레틱스는 70년 넘게 이어진 구단 관행을 깨고 외부 인사를 앉혔다.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인물을 낙점해 더욱 파격이었다.

지난 20일 공식 발표가 난 뒤 이틀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스미스 사장은 1995년생 만 31세로 메이저리그 역대 최연소 사장이라는 기록을 썼다. 지난해 10월 만 36세의 나이로 워싱턴 내셔널스 프런트 수장이 된 폴 토보니 사장의 기록을 1년 만에 깬 것이다. 테오 엡스타인 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존 다니엘스 전 텍사스 레인저스 단장이 각각 만 28세로 단장직에 선임된 바 있지만 야구운영사장은 아니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존 피셔 애슬레틱스 구단주는 “오늘날 세상은 31세들이 이끌어간다. 새로 생겨나는 수많은 기업들을 보면 젊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에겐 매우 강한 힘이 있다. 스미스가 지금까지 모든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 큰 자신감을 준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중 일부는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시도가 성공할 것이다. 그는 계속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며 스미스 사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해 팀의 재건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통계학, 수학을 전공한 스미스 사장은 지난 2017년 다저스에서 4개월 동안 인턴으로 일한 뒤 201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연구개발팀 분석가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유능한 프런트가 넘치는 탬파베이에서 예측 모델링 이사로 승진하는 등 7년간 능력을 인정받은 뒤 보스턴 레드삭스에 스카우트됐다. 최근 2년간 보스턴의 수석 부사장 겸 부단장으로 분석, 과학, 시스템, 기술을 포함한 구단의 야구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며 선수 영입 및 육성을 위한 협업도 주도했다.
피셔 구단주는 “스미스는 선임 과정 초기부터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매우 철저한 선발 과정을 거쳤고, 전국 각지의 다양한 팀에서 일하는 유능한 인재들과 대화를 나눴다. 스미스는 뛰어난 통찰력과 야구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좋은 선수를 위대한 선수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가 우리를 위대한 팀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낼 거라 믿는다”고 새로운 환경에서 팀 재건을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애슬레틱스는 1루수 닉 커츠, 포수 셰이 랭겔리어스, 유격수 제이콥 윌슨, 중견수 헨리 볼트, 좌익수 타일러 소더스트롬, 우익수 로렌스 버틀러 등 20대 젊은 야수들이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점 29위(5.51)로 무너진 마운드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스미스 사장은 “올해 투수진은 인플레이 타구 결과 측면에서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투수진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제이콥 로페즈, 잭 퍼킨스, 게이지 점프, J.T. 긴 등 후반기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투수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스미스 사장은 “애슬레틱스 팬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목표는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 팀에는 정말 기대되는 젊은 핵심 선수들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팀을 발전해 나갈 생각에 무척 설렌다. 팀이 새로운 도시로 이전하고, 새 홈구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어 2028년 새로운 야구장에서 라스베이거스 팬들을 맞이하길 기대했다.
애슬레틱스는 한국인 최초 빅리거 박찬호가 투자자로 나선 팀이라 이번 인사가 더욱 흥미롭다. 박찬호를 중심으로 결성된 컨소시엄 ‘팀61’은 지난 7월 애슬레틱스 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총 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약 3% 지분을 확보하게 된 박찬호는 피셔 구단주의 수석 고문으로 아시아 전략 수립 및 추진에 관한 자문도 맡는다.
박찬호를 매개로 애슬레틱스의 한국야구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김도영(KIA 타이거즈), 곽빈(두산 베어스),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김주원(NC 다이노스) 등 차기 메이저리거로 꼽히는 KBO리그 젊은 스타들의 포스팅도 1~2년밖에 남지 않았다. 명석한 두뇌과 최고 수준의 분석력을 인정받은 31세 젊은 사장이 한국 선수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영입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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