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을 믿어서가 아니었다' 맨유, 1-4 참사→0-3 굴욕에도 감독 경질 못 한 속사정...이미 570억 날렸다, 이번엔 돈도 문제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10.29 04: 1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이클 캐릭(45) 감독을 경질하지 않은 배경에는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었다. 선수단과의 긴급회의, 적절한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막대한 감독 교체 비용까지 영향을 미쳤다. 프리미어리그 16위로 추락한 맨유는 약 44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캐릭 감독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28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캐릭 감독과 동행을 이어가기로 한 배경에는 재정 문제, 생산적인 선수단 회의, 다가오는 A매치 휴식기 등이 있었다"라며 구단 내부에서 벌어진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맨유는 지난 25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26-2027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앞서 코모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1-4로 무너진 데 이어 또다시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였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그 순위는 16위까지 떨어졌다. 강등권과의 격차는 승점 2점, 순위로는 5계단에 불과하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시즌을 시작한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머스전 직후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수뇌부와 구단주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경기 종료 후에는 캐릭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급격하게 커졌다.
맨유의 결정은 예상과 달랐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본머스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캐릭 감독의 거취가 정리되기까지 약 44시간이 걸렸다. 이틀 가까이 이어진 논의 끝에 구단은 감독 교체 대신 기존 체제 유지라는 선택을 내렸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캐릭 감독은 26일(이하 현지시간)에 이어 27일에도 캐링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7일 오전 7시 30분에는 훈련복을 입고 출근해 1군 훈련을 준비했다. 정오가 가까워진 시점에서야 구단은 캐릭 감독이 적어도 첼시전까지 지휘봉을 잡는다고 확인했다.
그사이 구단 내부에서는 긴박한 논의가 이어졌다.
25일 밤부터 캐릭 감독이 팀을 떠날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됐다. 26일에는 짐 랫클리프 공동 구단주와 아브람 글레이저, 조엘 글레이저, 오마르 베라다 최고경영자, 제이슨 윌콕스 기술이사가 전화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캐릭 감독의 거취와 후임 감독 선임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최종적으로 맨유 수뇌부는 캐릭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함께 현재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다만 디 애슬레틱은 이러한 결정이 캐릭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구단이 공개적으로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질을 유예한 결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후임 감독 후보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맨유는 에디 하우, 율리안 나겔스만, 안토니오 콘테 등을 대안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구단 내부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A매치 휴식기도 변수였다. 맨유는 첼시 원정 이후 AS 로마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고, 이어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맞붙는다. 이후에는 약 2주간의 A매치 휴식기가 예정돼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 당장 감독을 교체하는 것보다 A매치 휴식기를 활용하는 편이 새로운 감독에게 적응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정 문제다. 디 애슬레틱은 "캐릭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현 체제 유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전했다.
하우 감독을 선임할 경우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만 수백만 파운드에 달한다. 하우 감독 본인과 오랜 기간 함께한 수석코치 제이슨 틴달의 급여 역시 맨유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인 맨유가 감독 교체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구단의 재정 상황을 보여준다.
디 애슬레틱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맨유의 규모를 고려하면 뼈아픈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고의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재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 구단이 비용 문제로 선택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재정 문제의 뿌리는 깊다. 글레이저 가문은 지난 2005년 맨유를 인수하면서 약 6억 파운드(약 1조 1,400억 원)의 부채를 구단에 떠안겼다. 이후 반복된 영입 실패와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부담을 키웠다.
2023년 12월 이네오스의 투자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현 경영진은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계약을 연장한 뒤 경질했고, 후임으로 선임한 후벵 아모림 감독까지 해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총 3,000만 파운드(약 570억 원)에 달했다.
감독을 교체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맨유가 이번에는 경질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캐릭 감독 역시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캐릭 감독은 캐링턴 훈련장에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구단 이사진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의 목적은 선수단 내부에 쌓인 불만을 해소하고 다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소식통들은 해당 회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효과는 오는 31일 첼시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특히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캐릭 감독의 관계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페르난데스는 코모전 이후 캐릭 감독의 전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기 도중에도 자신의 행동을 통해 전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캐릭 감독은 이어진 본머스전에서 페르난데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주장과 감독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맨유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디 애슬레틱은 두 사람을 잘 아는 관계자들이 캐릭 감독과 페르난데스가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재 분위기는 본머스전에서 페르난데스를 제외한 일을 매듭짓고 다시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페르난데스는 첼시 원정에서 선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리지는 두 사람 모두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장소다.
캐릭 감독은 지난 4월 첼시 원정에서 맨유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승리는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하는 결과였다.
페르난데스 역시 맨유 이적 직후였던 2020년 2월 첼시 원정에서 해리 매과이어의 득점을 도우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과거의 좋은 기억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디 애슬레틱은 페르난데스가 캐릭 감독과 수석코치 스티브 홀랜드가 설정한 전술 체계에 협조해야 한다고 짚었다. 본머스전에서 드러난 혼란스러운 경기력에는 선수단의 자신감 하락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선수단은 외부적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27일 캐링턴 훈련장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재단이 주최하는 '드림 데이' 행사가 열렸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수명을 제한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팬들이 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훈련장에 있던 선수들은 팬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직 팀 훈련에 복귀하지 못했지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는 코비 마이누도 행사에 참석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아들 오스카와 함께 방문한 팬 마이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적이다. 오스카는 선수들을 만났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스카는 희귀 질환인 기관식도루를 안고 태어나 생후 6개월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르난데스는 팬들과의 만남을 두고 "에너지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고, 매과이어는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극심한 부진과 내부 혼란 속에서도 선수단이 팬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제 맨유는 그라운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캐릭 감독은 적어도 첼시전까지 지휘봉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후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반복됐던 감독 교체와 막대한 비용 지출, 선수단 내부 갈등, 구단 수뇌부의 판단에 대한 의문까지 맨유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한 전술 수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디 애슬레틱은 캐릭 감독의 현재 상황이 과거 텐 하흐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텐 하흐 감독 역시 FA컵 우승 이후 사실상 4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지만, 끝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유가 이번에도 같은 길을 걷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캐릭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첼시, 로마, 아스톤 빌라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후 찾아올 A매치 휴식기는 맨유 수뇌부가 다시 감독 교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시점이다.
약 44시간의 논의 끝에 캐릭 감독은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맨유가 선택한 것은 확고한 신뢰보다 당장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피하면서 반등 가능성을 지켜보는 길에 가까웠다. /reccos23@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