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정면 돌파'를 택했다. 이제는 하나 된 모습으로 갈등설을 덮는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모레노 임시 감독은 29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6년 마지막 일정인 11월 A매치 원정 2연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은 오는 11월 13일과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차례로 상대한다.
모레노 감독은 30명을 소집했던 지난 9~10월 A매치 4연전과 달리 26명을 발탁했다. 지난 소집 명단과 비교하면 변화가 적지 않다. 김지수(브렌트포드)와 신민하(강원), 이명재(대전), 손정범(서울),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엄지성(스완지)이 새로 합류했다.특히 2007년생 미드필더 손정범과 2005년생 센터백 신민하는 최초 발탁이다.

반면 미트윌란에서 활약 중인 스트라이커 조규성과 지난달 모레노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FC서울 미드필더 정승원, 부상당한 백승호(버밍엄) 등은 아쉽게 탈락했다. 이외에도 김민수(레인저스),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조위제, 김태현(이상 전북), 김태현(가시마), 김건희(인천), 구성윤(서울) 등의 이름이 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역시 '은퇴 소동'에 휩싸였던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모두 발탁됐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됐다. 황인범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게다가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일부 동료들에게 나란히 동반 은퇴 의사를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실제로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이들과 자정이 넘어서까지 면담을 진행하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직후 황인범은 은퇴설에 대해 "아니요. 아니요"라며 짧게 답했지만, 황희찬은 출국길에서 "정해진 게 없어서"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여러 소문이 퍼지면서 '96라인'이 손흥민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었다는 등 선수단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도 라커룸 내분설이 언급됐다.
자연스레 모레노 감독의 선택이 시선이 쏠렸다. 팬들 사이에서도 태극마크를 가볍게 여긴 것 아니냐며 96라인 삼인방을 소집하면 안 된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손흥민과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면 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흔들림 없이 모든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그는 주장 손흥민은 물론이고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을 다시 소집했다. 특히 대표팀에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황희찬까지 발탁하면서 정공법을 택했다.
우선 모레노 감독은 파벌설을 의식한 듯 공정한 결정을 강조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10분이 넘는 모두 발언을 통해 "이 직책의 책임은 대표팀 전체의 이익이며, 그것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모든 인원에 대한 공정함에서 비롯된다"며 "난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판단한다. 내가 직접 보고 듣은 것을 기반으로, 기준과 책임감을 가지고 차분하게 결정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을 향한 신뢰도 드러냈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의 기준은 오늘도, 미래에도 오직 경기력에 기반을 둘 것이다. 컨디션, 소속팀에서의 출전 시간, 그리고 각 선수가 팀에 무엇을 더해 주는가를 기준으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단에 있는 모든 선수는 대표팀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자 하기 때문에 포함되어 있다. 그게 바로 선수의 재능보다 중요한 첫 번째다. 그 점을 확신하지 못하는 선수라면 소집하지 않았을 거다. 경기 후에 나온 이야기들은 내부에서 얼굴을 맞대고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리더십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레노 감독은 주장 교체 등 생각하고 있는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 대표팀 주장은 손흥민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또한 그는 "손흥민, 황인범, 황희찬, 김민재 이 선수들이 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의미는 현재 기준에서 그 선수들이 본인의 퍼포먼스 기반으로 대표팀에 소집될 자격이 충분하고, 대표팀을 위해 충분히 헌신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판단하에 포함된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경기력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표팀 분위기에 대한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모레노 감독은 "이 팀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나와 선수, 협회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이 대화했다"며 "다 같이 공감한 건 우리의 궁극적 목표에 맞춰서 팀을 이끌어 나갈 거고 플레이할 거라는 거다. 승리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팬분들께 행복을 드리는 게 궁극적 목표임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결국엔 경기장 위 모습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모레노 감독이 몇 차례나 이야기한 그의 열정도, 소통으로 해결했다는 대표팀의 불화 문제도 말로는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이다.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는 듯 보였던 96라인 선수들이 또 한 번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지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중동 2연전이다.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11월 A매치 2연전 26인 명단
GK : 김승규, 조현우, 송범근
DF : 설영우, 최준, 이한범, 김민재, 김지수, 신민하, 조현택, 이명재
MF : 박진섭, 김봉수, 손정범, 황인범, 박태준, 이재성, 이강인, 정우영, 엄지성, 송민규, 황희찬
FW : 이동경, 손흥민, 오현규, 오세훈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