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故 최불암이 별세했다. 평생 어린이를 향했던 고인은 나눔과 실천의 삶을 남겼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배우이자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 온 최불암이 2026년 10월 29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60여 년의 연기 인생 동안 대한민국 현대사의 희로애락을 국민과 함께 나눈 배우였다. 드라마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며,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평범한 이웃들의 삶과 우리 사회의 정서를 전했다.

고인의 삶은 방송과 무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랜 세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활동했으며, 특히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진 소년수형자들에게 교육과 문화예술을 통한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고인에게 사회공헌은 단순히 이름을 빌려주는 명예로운 자리가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찾아가며,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연결하는 실천이었다.
1940년 6월 15일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 연극 ‘햄릿’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국립극단을 거쳐 방송에 진출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1년 시작된 MBC ‘수사반장’에서 그는 정의감과 인간애를 지닌 박영한 반장을 연기했다. 1980년부터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가족과 공동체의 중심을 지키는 김 회장으로 국민과 함께했다.
고인은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과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특히 KBS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전국 곳곳의 평범한 이웃을 찾아가 그들의 삶과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며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다. 서민의 애환, 가족의 책임, 공동체의 가치, 인간에 대한 믿음은 고인의 연기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또한 고인은 배우로서 받은 사랑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돌려주는 일에도 오랜 세월 헌신했다. 1980년대부터 아동복지 활동에 참여한 그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을 지원했다.
단순한 후원 참여를 넘어 후원자를 연결하고 아동복지의 필요성을 알리며, 더 많은 시민이 나눔에 동참하도록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1994년에는 광고 출연료를 모교인 인천신흥초등학교에 기부해 낡은 책걸상을 교체하도록 하는 등 어린이들의 교육환경 개선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고인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 특별히 주목할 부분은 소년수형자와 위기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다.
고인은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속에 놓인 소년수형자들에게 교육과 문화예술을 통한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제로캠프는 2013년부터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소년수형자를 대상으로 연극, 음악, 무용 등 문화예술교육과 연말 공연을 이어왔다.
이 사업은 소년수형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고인은 이들이 단순히 처벌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과 성찰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소년수형자들은 무대를 준비하며 대사를 외우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협력한다. 그 과정에서 책임과 약속의 의미를 배우고, 자신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경험한다.
이처럼 고인의 삶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방송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했고,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힘썼으며, 소년교도소에서는 다시 시작할 기회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응원했다. 특히 소년수형자를 위한 활동은 대중의 관심이나 박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러나 고인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잘못만으로 한 사람의 미래 전체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그의 활동에 담겨 있었다. 고인이 보여준 사회공헌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선 것이었다. 개인의 관심을 사회적 참여로, 사회적 참여를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으로 연결하려는 실천이었다.
고인의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진행된다. 평생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례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알려진 장례위원회 구성안에 따르면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위원 명단과 역할은 최종 확정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장례는 대한민국 방송과 공연예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국민배우를 추모하는 자리이자, 오랜 세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을 위해 헌신한 사회공헌가의 삶을 기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lnino8919@osen.co.kr
[사진] 사단법인 제로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