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과 구교환이 '모가디슈' 이후 또 한번 연기 호흡을 맞춘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폭설’(감독 홍의정, 박선우)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김윤석, 구교환, 홍의정 감독이 참석했다.
‘폭설’은 폭설로 고립된 시골 기차역, 퇴직을 앞둔 역장 갑수(김윤석 분)와 새로 온 후임 현택(구교환 분)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홍의정 감독은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다. 두 분이 연기하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색다른 캐릭터들이 펼치는 생존게임 같은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볼수 있을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중 김윤석은 퇴직을 하루 앞둔 설오역 역장 갑수 역을 맡았다. 그는 작품 출연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의 힘에 매료돼서 이 작품 출연하게 됐다. 이 이야기는 군더더기가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말 그대로 피와 뼈만 남은 상태에서 스토리를 진행해온 영화라 생각된다. 오랜만에 이런 작품을 만나게된것 같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설오역이 원래 옛날에는 석탄지대여서 크고 유명한 역이었다. 계속 석탄을 실은 열차가 하루에도 수십번 들락날락하며 중요한 장소였는데 석탄 수요가 줄어들며 역무원도 하나둘 떠나고 건물도 허물어지고 딱 대합실이 있는 조그만 역사 하나만 남았다. 갑수는 말 그대로 설오역의 산 증인이다. 담금주 담그고 이러면서 혼자 외롭지만 알차게 살아가려고 애를 쓴다. 매일 업무일지를 일기처럼 써나갔던 사람이 마지막 퇴임을 하루 앞둔 날 후임을 만나게 되고 그 후임과 인수인계 하는 중에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이 작품은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 신세대와 구세대. 아버지와 자식 이런 의미로 본다면 갑수는 말 그대로 그런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폭설'을 통해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우 김윤석을 통해 봤을때는 점점 나이들어가는 역할 하는구나"라고 농담하며 "웃으라고 한 얘기다. 안 웃으시면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우리 모두가 어딘가를 향해 가게 되고 언젠가 하나둘씩 떠나고 나 혼자 어딘가를 향해 걸어갈거다. 그때쯤이면 나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람이 와서 내 자리를 차지할거다. 그런 나를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이 갑수의 모습이다.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제 주변에 연기자가 아니고 직장 다니는 친구분들이 다 지금은 정년을 맞이해서 퇴직한 사람도 있고 퇴직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으로 여러분들에게 비춰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새로온 후임 역무원 현택 역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 그는 "제가 겨울을 좋아하고 시나리오가 한번에 술술 읽혔다. 이 글자를 행위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장 큰 마음은 윤석 선배와 다시 만나고 싶었다. '모가디슈'를 하며 많이 배우고 맛있는거 먹었는데 다시 그런 기회 생겨서 더할나위 없었다"고 출연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실제로도 윤석 선배님의 대단한 팬인데, 현택이도 설오역을 전부 알고 싶어하고 모든걸 갖고싶어한다. 설오역 자체가 갑수라 생각해서 갑수의 모든걸 흡수하고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하다 보니 어느 장면에는 두사람의 애틋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폭설'은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는 영화다. 어떤 장면이든 보시다시피 재밌는 유머도 있고 스테디함도 있고 종합 장르"라고 자신했다.
김윤석과 구교환은 지난 2021년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바.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함께하게 된 가운데, 김윤석은 앞서 구교환을 "피터팬 같은 배우"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묻자 김윤석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아닌 사람이라도 저는 동심이 남아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분들은 70~80세가 돼도 눈동자나 얼굴 표정에서 그 동심이 남아있더라. 교환 씨는 '모가디슈' 때 모로코에서 처음 만났다. 처음 보자마자 동심이 느껴졌다. '저 사람은 어린이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금방 허물없이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리고 '모가디슈' 끝나고 몇년 뒤에 만나도 어제 만난것처럼 편한 사람같은 느낌이 있었다. 고생도 했지만 그 고생이 아주 재밌는 순간으로 느껴지고 나중에는 흐뭇해하게 웃을수 있는 추억처럼 만들어진 순간들 같이 했다. 오늘 아침에 만났어도 너무 편했다"고 칭찬을 건넸다.
이에 구교환은 "저는 선배님이 그런 동심이 있는 분이셔서 저를 그렇게 바라봤다 생각한다. 동족끼리 알아본 것"이라며 "선배님과 '폭설'을 작업하면서 장면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바뀌었다. 좋아졌다. 단순히 어떤 장면에서의 의도도 있겠지만 장면을 어떻게 풍성하게 꾸려갈건지, 진짜 인물이 원하는게 뭔지에 대한 질문을 선배님의 연기를 통해 배웠다. '폭설' 이후 작업에서도 선배님에게 배운것들이 많이 담겨있다. 장면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서 한작품 더하면 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같은 두 주연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 홍의정 감독은 "그 짜릿함은 말로 설명할수 없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두분의 오랜 팬이었고, 많은 분들처럼 윤석 선배는 자라면서 많은 영화를 봤을 정도로 엄청나게 팬이다. 작업하면서 사실 순간순간 회의하고 이야기 나눌때는 일이지만 모니터 앞에서 액션 소리와 함께 작업할때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럴수있나’ 외친적이 여러번이다. 새로운 모습도 많이 발견했다. 윤석 선배님은 정말 천재라는 단어가 너무 어울리는 분이다. 상황 판단이라거나 빠른 분석, 이런 것도 천재적이고 제안 주신 아이디어도 굉장하지만, 제가 몰랐던건 실제로 뇌용량이 엄청나시다. 살아있는 영화 역사 사전"이라고 감탄했다.
이어 "구교환 배우님은 만나본 사람은 동의할 수 있을텐데 긍정적인 의미에서 괴인이라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관계에서 배우고 학습한 인사, 평범하게 할수있는 버릇된 대사들, 살면서 쓰는 대사를 무심코 던졌을때 기대하지 않은 대답이 온다. 인사법 조차도 새롭게 오는데 그걸 연구하는것보다 DNA가 그런것 같다. '천재와 괴인'의 조합으로 모니터로 볼때 이렇게 짭짤하고 환상적일수 있나 감탄하며 저는 정말 운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또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박수영, 노윤서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설오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 역할을 해주셨다. 두분도 조합이 흥미롭다. 그쪽도 선배와 후배인데, 보실때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만남인 만큼 케미도 더욱 풍성해졌다. 김윤석은 "두사람이 호흡이 안 좋을수가 없다. 두 사람에게 완전히 놀아보라는 판을 깔아줬다. 티키타카라고 하지 않나. 원래 나이든 사람이 더 잘 삐진다. 무뚝뚝하고. 그런데 조금만 분위기를 맞춰주면 또 간도 다 빼주지 않나. 그런 지난한 과정들이 계속 저희 두사람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고 전해 작품에 담긴 두 사람의 연기 호흡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했다.

홍의정 감독은 '폭설'에 대해 "두 캐릭터, 네 캐릭터들을 따라가며 보겠지만 본인의 마음이 어느쪽에 치우치는지 고민하면서 즐겁게 볼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인간들, 어떤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때 사람이라면 불안정한 판단을 할수있는데 그 판단을 할 때 본인들은 심각하지만 우리가 볼때 피식할수도 잇고 걱정될수 있고 여러 상황들이 그려진다. 그 안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면 이 인물들은 그 상황에서 자기 생존과 안위를 위해 인간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당연히 두 사람의 독특한 블랙코미디 모먼트가 나올수도 있고 힘있게 밀고가다가도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가 나오면서 장르적 변주가 저절로 담겼다 생각한다. 제가 목적한 것 보다 두 분이 (연기) 과정에 많이 만들어주신것 같다"고 귀띔했다.
영화를 "장르의 희비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김윤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얘기를 하지 않나. 예를들어 강한 육제적 능력과 하는 일도 범죄고 그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 아니라 이 사람들은 말 그대로 그냥 일반인들이다. 나이가 더 들었고 좀 더 젊은. 희비가 교차하는 지점에 가장 많이 들어가있는건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어떤 선택을 할때 희비극이 일어나는가다. 그러다 보니 희비극 속에서는 블랙코미디가 일어나지 않을수 없다. 시종일관 이 영화를 보고 웃는 분도 있을수 있고 어떤 분은 심각하게 '저게 우습나?' 싶을 정도로 콘트라스트가 심하다"고 말해 궁금증을 안겼다.
그러면서 홍의정 감독은 '폭설'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냐는 물음에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 하길 바란다. 어떤 영화는 당연히 한 시선을 밀고 가야하고 그런 영화가 가진 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즐겁게 보고 긴장하며 보고 웃으며 보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만나게 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익숙한 캐릭터인듯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제 시선이 바뀌는 경험을 했기때문에 이 분들과 할수있다면 관객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할거라 생각했다. '내가 판단하는게 틀렸다고?', '이사람을 응원하는게 맞는건가?' 하고 저를 돌아볼수 있는 기회가 있는 요소가 많다 생각했다. 제가 그렇게 흔들린 만큼 관객들도 흔들릴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설’은 오는 11월 18일 개봉된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조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