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만 해도 왕따 주동자 둔갑' 대표팀에 떨어진 '가짜뉴스 주의보'...선수들 표정까지 감시하는 기막힌 가짜뉴스 세상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11.03 05: 44

이제 국가대표팀 훈련장에서 웃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웃으면 누군가를 조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함께 있는 선수들이 웃는 장면은 집단 따돌림의 증거로 둔갑한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과거 영상도 누군가의 대표팀 탈락을 반기는 장면으로 포장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만들어낸 황당한 현실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1월 13일과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차례로 맞붙는다. 2026년 마지막 A매치 일정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대한민국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를 놓쳤고, 이제는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대한민국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06.26 /sunday@osen.co.kr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A매치 원정 2연전에 나설 2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34, LAFC)을 비롯해 김민재(30, 바이에른 뮌헨), 황인범(30, FC포르투), 황희찬(30, 샬케04), 이강인(2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포함됐다. FC서울의 손정범과 강원FC의 신민하가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소집은 경기 결과만큼이나 선수단 분위기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지난 10월 A매치 이후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 등 이른바 '96라인'을 중심으로 은퇴설과 불화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달 6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시작됐다. 한국은 당시 손흥민과 오세훈의 득점으로 2-0 승리를 거두며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황인범이 눈물을 보인 장면 등을 계기로 세 선수의 대표팀 은퇴 가능성이 거론됐다. 황인범은 이후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며 부인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대한민국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를 놓쳤고, 이제는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대한민국 손흥민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6.06.26 /sunday@osen.co.kr
논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은퇴 가능성에 대한 추측은 손흥민과의 불화설로 번졌고, 일부 온라인 콘텐츠에서는 손흥민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대표팀 훈련 영상을 활용해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 이강인 등이 손흥민을 따돌렸다는 취지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한 영상에는 "이번 A매치 대놓고 손흥민 왕따시킨 무리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영상 속 자막은 "이번 소집 때는 대놓고 손흥민 왕따시킨 3인방과 이강인입니다"라며 특정 선수들을 지목했다.
근거로 제시된 것은 선수들의 표정과 시선이었다. 황인범이 앉아 있는 장면에는 "황인범이 손흥민을 한참 쳐다보다가 뒷담화를 하는 모습입니다"라는 자막이 붙었다. 황인범과 황희찬, 이강인이 웃는 장면에는 손흥민을 향한 비속어까지 사용됐다.
화면에 보이지 않는 김민재까지 끌어들였다. 영상 제작자는 김민재도 옆에서 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실제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무엇을 보고 웃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화면에 잡힌 표정과 행동에 제작자의 해석을 덧붙였을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실제 선수의 말처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부 영상에는 김민재의 이름과 함께 "흥민이형 안나가면 몰아내자"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김민재가 실제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해당 발언을 확인할 수 있는 녹취나 인터뷰, 구체적인 발언 경위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콘텐츠는 조회수 200만 회 이상, 좋아요 약 1만 7000개, 댓글 4900개 이상을 기록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수많은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이다. 
해당 채널의 가짜 뉴스에 다루는 기사가 많아지자, 해당 채널 주인은 채널을 삭제하고 사라졌다.
이러한 현상은 대표팀 명단 발표 이후에도 반복됐다. 최근에는 '이승우 앞길 막은 주범 발칵'이라는 제목의 영상까지 등장했다. 이승우(28, 전북현대)가 11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배경에 96라인의 영향력과 대한축구협회 내부 세력 다툼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영상은 "황인범이 웃고 있네요"라는 말로 시작했다. 이후 이승우가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을 언급하며 "대표팀 내 실세인 96라인의 입김과 동시에 축협 내부에 보이지 않는 세력 다툼이 영향을 주었으며, 준비된 선수가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이승우의 대표팀 탈락과 황인범의 웃는 모습 사이에는 확인된 관련성이 없다. 김민재와 황희찬이 선수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영상은 황인범이 웃으며 인터뷰하는 장면과 김민재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 등을 활용해 마치 선수들 사이에 특정한 갈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성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제는 동료들과 웃는 모습뿐 아니라 과거 인터뷰에서 웃었던 장면까지 누군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셈이다.
이러한 콘텐츠의 문제는 영상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황인범의 소속팀 FC포르투 공식 소셜 미디어에는 "실망스럽다. 은퇴해라. 팀을 해치는 행동 하지말길", "내부분열 일으키지 말고" 등 대표팀 내부 갈등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인 비난 댓글이 달렸다.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 공식 계정에도 "김민재 은퇴해라", "김민재 퇴출", "Kim Out"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문제를 거론하며 해외 구단의 게시물까지 찾아가 선수들에게 은퇴와 퇴출을 요구했다.
이들이 모두 같은 영상을 시청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불화설이 온라인에서 퍼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실제 소속팀 계정에서까지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대표팀 훈련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사이가 나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반대로 함께 웃으면 누군가를 조롱했다는 주장이 등장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조에서 훈련하면 특정 선수를 배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짧게 편집된 영상에 어떤 자막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훈련장에서 웃지 말고, 대화하지 말고, 표정까지 관리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24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유니버시타리오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훈련이 진행됐다.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을 치른다. 대한민국 손흥민이 훈련을 하고 있다. 20206.06.24 /sunday@osen.co.kr
대표팀은 연예 프로그램이 아니다. 선수들이 어떤 표정으로 누구와 대화하는지를 감시하고, 웃음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모이는 곳도 아니다.
국가대표팀은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준비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조직이다. 훈련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불화의 증거로 소비되는 환경이라면 정상적인 소통에도 불필요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레노 감독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달 29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내부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모레노 감독은 "최근 몇 주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대화였다. 선수들과, 주장과, 협회와, 그리고 팀 관계자 모두와 소통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절대 넘지 않는 선은 비밀 유지와 팀에 대한 존중이다. 우리의 팀 운영 철학과 원칙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사적으로 당사자 간의 신뢰 속에 오간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내부에서 해결한다. 모든 문제는 뒤에서가 아닌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해결한다. 팀이 그 어떤 선수보다도 우선시된다"고 강조했다.
선수 선발 기준에 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명단의 기준은 오늘도, 미래에도 오직 경기력에 기반을 둘 것이다. 컨디션, 소속팀에서의 출전 시간, 그리고 각 선수가 팀에 무엇을 더해 주는가를 기준으로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축구에 역사적인 날이다. 손흥민(34, LAFC)이 전설 차범근의 A매치 최다골 기록을 넘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친선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손흥민의 선제골과 오세훈의 추가골이 터져 2-0 완승을 거뒀다. 경기에 앞서 모레노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6.10.06 /sunday@osen.co.kr
그는 "내 결정은 한순간의 감정에서 나오지 않으며, 누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에 대한 일시적인 반응으로 내려지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감독의 설명만으로 대표팀을 둘러싼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 선발과 전술, 경기력에 관한 비판은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선수단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확인하고 보도하는 것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선수의 웃는 표정이나 시선만으로 집단 따돌림을 단정하는 것은 비판이나 검증과 거리가 멀다.
대한축구협회도 앞서 훈련 영상을 의도적으로 편집해 혼란을 일으키는 콘텐츠들에 강경 대응에 나설 정도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제 대표팀은 다시 모인다. 손흥민과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이강인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들이 함께 카타르 원정에 나선다. 대표팀의 경기력과 조직력이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일정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누군가와 웃으며 대화를 나눠도, 혼자 생각에 잠겨 있어도, 특정 선수와 함께 있지 않아도 각자의 해석이 따라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오세훈의 득점 이후 손흥민과 황인범, 황희찬 등 여러 선수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장면 하나가 선수들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증거가 될 수 없듯, 반대로 누군가 웃거나 혼자 서 있는 모습 역시 불화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한국축구에 역사적인 날이다. 손흥민(34, LAFC)이 전설 차범근의 A매치 최다골 기록을 넘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친선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손흥민의 선제골과 오세훈의 추가골이 터져 2-0 완승을 거뒀다. 경기에 앞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6.10.06 /sunday@osen.co.kr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억지로 연출된 화기애애한 모습이 아니다. 선수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소통하며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다.
손흥민을 응원한다는 이유로 김민재와 황인범을 공격할 필요는 없다. 이승우의 대표팀 복귀를 바란다고 해서 황희찬이나 다른 선수들을 선발 방해의 배후로 몰아갈 이유도 없다.
한국 축구를 걱정한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로 한국 선수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수들은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감독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팀을 운영해야 한다. 언론과 팬들 역시 그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할 수 있다.
다만 그 비판에는 최소한의 사실관계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해명해야 하고, 누군가를 바라봤다는 이유로 불화설에 휘말리며, 과거 인터뷰에서 웃는 모습까지 대표팀 탈락의 배후설에 이용되는 현실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표정 관리가 아니라 경기 준비다. 웃음을 참는다고 조직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 앞에서 친한 모습을 연출한다고 대표팀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월 A매치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누구와 웃었는지가 아니다. 함께 준비한 축구를 경기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구현하는가다.
이제는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마음 놓고 웃는 것조차 걱정해야 하는 현실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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