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후벵 아모림(41) 감독이 AC 밀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 라이벌 인터 밀란을 꺾으며 부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맨유 시절 고집했던 전술에도 변화를 주면서 이탈리아 무대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1일(한국시간) 제임스 혼캐슬 기자의 분석 기사를 통해 "후벵 아모림 감독이 AC 밀란의 동화를 인터 밀란 챔피언들에게 암울한 현실로 만들려 한다"라고 전했다.
아모림 감독이 이끄는 밀란은 지난달 31일 산시로에서 열린 인터 밀란과의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에서 3-1로 승리했다. 밀란은 공식전 기준 인터 밀란과의 더비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1973년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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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인터 밀란 팬들은 밀란을 조롱하는 대형 걸개를 준비했다. 소파에서 잠든 밀란 팬과 그 옆에서 "인터 밀란이 이탈리아 챔피언에 올랐다"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는 장면이었다. 인터 밀란 팬이 잠든 상대에게 "계속 꿈이나 꿔라. 동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속삭이는 내용도 담겼다.
경기 결과는 정반대였다. AC 밀란이 3골을 터뜨리며 승리했고, 인터 밀란 팬들이 준비한 조롱은 무색해졌다.
이번 승리는 아모림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디 애슬레틱은 인터 밀란전 승리가 아모림 감독의 밀란 부임 이후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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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밀란의 상황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인터 밀란전을 앞두고 볼로냐와의 홈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전반 한때 2-1로 앞서고도 후반에 무너졌다. 제리 카르디날레 구단주는 크게 분노했다.
아모림 감독은 인테르전을 고려해 일부 선수들을 쉬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후반 교체 카드도 경기를 포기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전술 운용과 선수 기용 문제까지 겹치면서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구단주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카르디날레 구단주는 영화 '탑건'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자신이 선임한 아모림 감독을 자신의 '윙맨'이라고 부른다. 아모림 감독도 이 비유를 즐기지만, '다즌(DAZN)'과의 인터뷰에서 "매버릭의 윙맨인 구스는 첫 번째 영화에서 죽는다"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아모림 감독에게 밀란이 맨유보다 더 적합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AC 밀란은 지난 시즌에도 스리백을 사용했다. 아모림 감독이 선호하는 전술에 맞는 선수들이 이미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의미다. 왼쪽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백업 공격수 등이 부족하지만 구단과 감독은 전력 보강 방향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모림 감독 자신이 달라졌다. 아모림 감독은 맨유 시절 3-4-3 포메이션을 고집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밀란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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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에서 맨유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전 구단", "과거 소속팀"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맨유에서의 경험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디 애슬레틱의 설명이다.
물론 문제점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전 감독 시절의 수비적인 경기 운영 방식이 선수들에게 남아 있었고, 시즌 초반에는 경기 막판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장면이 반복됐다.
선수 기용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부상에서 회복하던 크리스천 풀리식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디에고 모레이라의 활용이 늦었다. 선발 명단을 잘못 구성한 뒤 하프타임에 교체로 수정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인 7,300만 유로(약 1,200억 원)에 파리 생제르맹에서 영입한 곤살루 하무스의 부진도 고민거리다. 하무스는 리그에서 페널티킥 1골을 포함해 2골에 그쳤다.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밀란은 세트피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 밀란전에서는 변화가 나타났다. 풀리식과 모레이라가 공격을 이끌었다. 풀리시치는 전반 초반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아드리앙 라비오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두 번째 골에 관여했고, 모레이라는 프리킥 득점과 도움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비에서도 아모림 감독의 판단이 적중했다. 그는 마리오 힐라 대신 코니 더 빈터를 스리백 중앙에 배치했다. 아모림 감독은 벨기에 출신 더 빈터가 공중볼 경합에서 더 뛰어나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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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루카 모드리치의 활약도 돋보였다. 최근 경기력 저하 우려가 제기됐던 모드리치는 중원에서 경기 속도를 조절하며 팀을 이끌었다.
AC 밀란은 인터 밀란에 슈팅 수에서는 7-19로 밀렸지만, 마이크 메냥 골키퍼의 선방과 수비 집중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지켰다. 특히 측면에서 상대의 크로스를 사전에 차단하며 인터 밀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아모림 감독은 경기 전 "인테르는 현재 우리보다 훨씬 완성된 팀이다. 그들은 눈을 감고도 경기할 수 있을 정도"라며 상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AC 밀란이 결정적인 기회를 살렸다.
반면 크리스티안 키부 감독이 이끄는 인터 밀란은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부상으로 빠졌고, 피오 에스포지토와 앙주요안 보니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 기존 투톱을 활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오랜만에 전술을 변경했지만,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승리로 AC 밀란은 우승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선두 라치오와의 승점 차는 4점이다. 다만 라치오는 한 경기를 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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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디날레 구단주는 경기 후 "오늘 밤 우리는 이 팀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했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 서로를 지지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은 AC 밀란의 분위기가 지난 시즌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에도 AC 밀란은 인터 밀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했지만, 최종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은 인터 밀란이었다. 더비에서 이기는 것과 시즌 전체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아모림 감독에게 이번 승리는 의미가 크다. 맨유에서 전술적 고집과 부진한 성적으로 비판받았던 그는 AC 밀란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 밀란을 상대로 거둔 3-1 승리는 그 변화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경기였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