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틴 끝 41살에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친정팀으로 결정됐다. 지금 우규민(41)의 기분은 어떨까.
우규민은 휘문고를 나와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2차 3라운드 19순위 지명된 24년차 베테랑. LG 트윈스(2003~2016), 삼성 라이온즈(2017~2023), KT 위즈(2024~)에서 20년이 넘도록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올해 마침내 데뷔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 성사되며 우승반지를 거머쥘 기회가 찾아왔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우규민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서 여유가 있었다”라며 “원래 나 같은 사람은 이 시기에 휴식을 취하고 따뜻한 방에서 야구를 시청하는데 한국시리즈를 기다린다는 게 신기하다. 추운 날에도 공을 던지니까 설레면서 기분이 좋다”라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데뷔 24년차에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다보니 3주 동안 많은 축하 인사도 받았다. 우규민은 “모든 게 처음이라 축하 인사가 많이 왔다. 자기 일처럼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반지를 꼭 꼈으면 좋겠다는 인사도 있었다. 다들 고마웠다”라며 “정말 오래 버텼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 아직 우승한 건 아니지만,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정규시즌 우승 확정과 함께 한국시리즈 경험이 있는 후배들에게 3주를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던 우규민. 그는 “은퇴한 (오)재일이랑 연락을 했다. 나한테 시간이 진짜 안 갈 거라고 했는데 진짜 안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때 정말 준비를 잘해야한다는 조언을 해줬다”라며 “한편으로는 쉬면서 중요한 경기를 기다리는 게 행복하기도 하다. 선수들과 합숙하고 야구를 보면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제 우승만 하면 금상첨화다”라고 말했다.
얄궂게도 우규민의 데뷔 첫 한국시리즈 상대는 2017년부터 2023년부터 7시즌 동안 몸담았던 삼성으로 결정됐다. 그는 “(김)상수와도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둘 다 이전 소속팀이 삼성이지 않나. 우리가 우승하면 당연히 좋은 거고, 솔직히 말해 삼성이 우승하면 배가 더 아플 수도 있다”라고 웃으며 “우리 야구만 해서 좋은 결과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한편 전날 수원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도 우규민과 강민호(삼성)의 첫 우승 도전을 두고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 프랜차이즈 포수로 뛴 강민호는 2018년 삼성으로 이적해 지난해까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우규민과 달리 2024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뤘으나 KIA 타이거즈의 벽에 막혀 준우승 고배를 마셨다.
롯데 시절 강민호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KT 주장 장성우는 “시즌 때도 (강)민호 형이 반지 한 번만 끼자고 말을 했다. 오늘도 잠시 만났는데 농담 삼아 한 번 봐달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승부의 세계는 그런 거 없다. 난 반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형을 봐주는 건 없다. 아쉽게 됐지만, 미안하게도 이번에도 반지를 끼긴 어려울 거 같다”라고 했다.

양 팀 사령탑도 우승이 간절하긴 마찬가지. 야구계 선배 입장에서는 두 선수가 꼭 우승반지를 끼고 은퇴하길 바라겠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웃을 수 있는 선수는 딱 한 명이다.
이강철 감독은 강민호를 향해 “평상시 인사도 자주 하고 (강)민호 선수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민호야 한국시리즈를 한 번 해봤잖니. 한 번만 더해서 다음 기회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해야한다.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도 옛 동료 우규민에게 우승반지를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박진만 감독은 “(우)규민이는 우리 팀에도 같이 있었던 룸메이트다. 내 우승반지가 6개라서 내 걸 그냥 주고 올해 반지는 강민호가 끼도록 하겠다”라며 여유에 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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