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이 1년 미뤄졌다. 차라리 잘된 일일까?
축구대표팀이 예상치 못한 시간을 벌었다.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1년 가까이 연기되면서 대표팀을 둘러싼 혼란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설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축구는 최근 이른바 '96라인 은퇴설'로 큰 파장을 겪었다.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샬케), 황인범(포르투)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표팀 내부에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한 뒤 일부 동료에게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영민 위원장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설득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인범 역시 은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세 선수의 대표팀 은퇴설은 해프닝에 그쳤다. 세 선수는 나란히 11월 대표팀에 소집됐다. 이번 논란은 한국 대표팀이 안고 있는 문제를 드러냈다. 핵심 전력으로 활약해 온 선수들 사이에서 불만과 피로감이 쌓인 것은 아닌지, 대표팀 운영과 선수단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아시안컵 연기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당초 2027년 1월 7일부터 2월 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회는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과 물류·이동 문제 등으로 2027년 12월 23일부터 2028년 1월 21일까지 미뤄졌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당장 대회 준비에 쫓기지 않고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사령탑 선임부터 선수단 구성, 전술 정비까지 기존 계획을 다시 점검할 여유가 생겼다.
한국은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11월 A매치를 치를 예정이다. 이후 모레노 체제를 이어갈지, 새로운 정식 감독을 선임할지 결정해야 한다. 아시안컵 일정이 바뀐 만큼 단기 성적에만 매달리기보다 대표팀의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이번 연기를 세대교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재와 황희찬, 황인범을 비롯한 기존 핵심 선수들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정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대표팀의 지속적인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손흥민을 비롯한 기존 주축 선수들의 미래도 중요한 변수다. 아시안컵이 2028년 1월로 연기되면서 손흥민은 한 살을 더 먹는다. 손흥민이 언제까지 주장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새로운 감독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든 것이 미확정이다. 손흥민은 여전히 주장완장을 차고 한국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아시안컵 연기는 한국 축구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팀의 내부 갈등과 운영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감독 선임과 선수단 개편, 세대교체를 제대로 추진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96라인 은퇴설'로 흔들린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연기를 계기로 달라질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