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가 저물었다" 슬픔에 잠긴 당신께, 故최불암이 남긴 마지막 위로 [Oh쎈 초점]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6.11.04 08: 29

 "한 세대가 지나면 또 다른 세대가 온다. 그러나 태양은 여전히 뜬다." 국민배우 고(故) 최불암이 생전 남긴 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로 배우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그들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지금, 고인의 담담한 한마디가 새삼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故이순재에 이어, 올해 1월 故안성기. 그리고 지난달 29일 故최불암까지 세상을 떠났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던 세 명의 국민배우와 작별하게 된 것. 이들의 비보는 단순히 유명 배우와의 작별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얼굴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TV를 보던 추억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지혜를 전해주던 어른들이었기 때문.
생전 이순재는 평생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쉼 없이 무대에 섰고, 고령에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했다. 후배들에게는 연기를 향한 책임감과 성실함을 보여준 선배였고, 시청자들에게는 오랜 세월 곁을 지켜온 친숙한 얼굴이었다. 안성기 역시 한국 영화의 역사와 함께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그려냈고,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진중한 태도로 '국민배우'라는 이름을 얻었다. 영화계의 발전과 후배 영화인들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보태며 스크린 안팎에서 존경받았다. 최불암은 '수사반장'의 박 반장과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국민의 곁을 지켰다. 정의롭고 따뜻한 어른의 모습을 연기했던 그는 실제 삶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향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특히 최불암과 안성기는 배우로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돌려주려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안성기가 영화계를 넘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며 나눔의 가치를 전했다면, 최불암은 소외된 아동과 청소년의 손을 직접 잡았다. 최불암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도왔다. 소년수형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에도 힘을 보탰다. 드라마 속에서만 좋은 아버지였던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이어졌다.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음식에 담긴 세월과 삶의 애환을 전했다. 그랬기에 고인은 '한국인의 밥상'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송으로 기억했다.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그 답으로 삼았다.
그렇게 세 배우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한 시대를 지켰다. 이순재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안성기는 한국 영화를 향한 헌신으로, 최불암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각자의 발자취를 남겨왔던 세월. 배우 강석우 역시 최불암의 비보를 접한 뒤, 인터뷰를 통해 "이순재 선생님 돌아가시고 최불암 선생님 돌아가시고, 그 1세대 영웅들이 다 떠나시는구나 하는 서운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 말처럼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픔을 안긴다. 익숙했던 얼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당연하게 곁에 있을 것 같았던 한 시대의 배우들이었기에, 이들과의 작별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불암은 이런 대중들에게 마지막 위로를 전했다. 생전 방송을 통해 "한 세대가 지나면 또 다른 세대가 온다. 그러나 태양은 여전히 뜬다."고 전한 것. 그러면서 "뜨는 것도 지는 것도 모두 감동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큰 감동을 준다"며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전했다.
이처럼 떠나는 세대가 있다면, 그 뒤를 이어 살아갈 세대도 있다. 그들이 남긴 작품과 가르침, 그리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한 시대는 저물었지만, 그들이 지켜온 삶의 가치는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았기도. 슬픔 속에서도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게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국민배우 최불암이 생전 남긴 또 하나의 위로일지 모른다.이제 우리가 그 마음을 어떻게 기억하고 이어갈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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