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공을 던진 건 처음이다. 그래도 몸 상태는 괜찮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이 짧은 휴식에도 제 몫을 다했다. 열흘 동안 세 차례 선발 등판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7이닝을 책임지며 팀의 한국시리즈 첫 승에 힘을 보탰다.
페덱은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총 투구 수는 102개였다.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뒤 나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긴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삼성은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KT를 3-2로 꺾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페덱은 이날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페덱은 “이겨서 기쁘다. 연장 12회까지 갔는데 어렵게 승리한 만큼 대구로 내려가는 버스 안이 한결 편해질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팀뿐 아니라 KT 투수들도 잘 던져줘서 좋은 투수전이 펼쳐졌다. 디아즈도 사이클링 히트에 홈런 하나만 남겨둘 정도로 잘해줬다. 팀 전체가 힘을 모아 거둔 승리”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페덱은 최근 열흘 동안 세 차례 선발 등판하며 모두 295개의 공을 던졌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그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휴식 기간이 짧다 보니 몸이 뻐근할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치료를 잘해준 덕분에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 들어가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때문에 피로감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은 공을 던진 건 처음인데 신기하게도 몸 상태는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324승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 놀란 라이언을 언급했다. 페덱은 “예전에 놀란 라이언도 짧은 휴식으로 계속 등판하지 않았나. 놀란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텍사스 출신인 라이언은 페덱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투수다. 페덱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하이라이트 영상을 많이 봤다. 내 롤모델”이라며 “당시에는 투수들이 4일 쉬고 등판하는 일이 흔했다. 그런 점에서 라이언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커룸에서도 동료들에게 공에 맞거나 다치면 얼음찜질하면 된다고 농담하곤 한다”며 웃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배경에 대해서는 코칭스태프와의 대화를 소개했다.
페덱은 “투수 코치가 다음 이닝에도 던질 수 있는지 몸 상태를 확인했다. 더 던질 수 있다고 답했다”며 “다음 타순이 8번, 9번, 1번으로 이어졌는데 우타자가 두 명 있었다. 내가 먼저 우타자들을 상대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페덱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실점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삼성은 이후 불펜 투수들의 호투를 앞세워 연장 12회 승리를 완성했다.
승리 투수는 아니었지만 페덱의 7이닝은 길었던 승부를 버틸 수 있었던 밑바탕이었다. 나흘 휴식 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 102개의 공을 던진 그는 데일리 MVP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