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도 그랬고 이승엽도 그랬다. 삼성 라이온즈의 대형 좌타자가 다시 복귀하면 우승의 기쁨이 뒤따랐다. 이제 그 특별한 우승 공식에 최형우의 이름이 더해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삼성은 지난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수원 원정 1차전에서 패한 뒤 2차전을 잡아낸 삼성은 안방에서 열린 3차전까지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18번 중 16번. 확률로 따지면 88.9%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삼성은 이제 우승까지 단 2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의 우승 도전이 더욱 흥미로운 건 과거의 특별한 사례 때문이다. 삼성은 팀을 떠났던 대형 좌타자가 돌아온 뒤 정상에 오른 경우가 두 차례 있다.
![[OSEN DB] 삼성 양준혁. 2008.04.17 /photo@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6/11/07/202611070140770344_6aee04f1a2b52_1024x.jpg)
첫 번째 주인공은 양준혁이다. 1993년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1998년 12월 해태 타이거즈로 이적했고, 2000년 3월 LG 트윈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2001년 12월 4년 최대 총액 23억 2000만 원에 FA 계약을 맺고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양준혁이 돌아온 이듬해인 2002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LG를 4승 2패로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양준혁 역시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국민타자' 이승엽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4년 일본 무대에 진출해 지바 롯데 마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를 거친 그는 2011년 12월 삼성으로 돌아왔다.
삼성은 이승엽의 복귀 첫해인 2012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2014년까지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 건설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2026년, 최형우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최형우는 삼성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2016시즌을 마지막으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그는 지난해 12월 2년간 인센티브 포함 최대 총액 26억 원의 조건에 삼성으로 컴백했다.
복귀 당시 최형우가 내세운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그는 "제가 뭘 한다기보다 팀에 잘 맞춰서 제 장점을 살리고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제가 합류함으로써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하는 것, 그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바람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형우는 올 시즌 13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리(491타수 148안타) 18홈런 106타점 61득점 2도루 OPS 0.849를 기록하며 타선의 중심을 지켰다.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삼성의 플레이오프 직행에 힘을 보탰다.
가을 무대에서도 존재감은 뚜렷하다. KIA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3할8푼5리(13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타율 3할7푼5리(8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방망이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주장 구자욱이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적인 외야 수비가 어려워지자 최형우가 좌익수로 나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
1983년생 베테랑에게 외야 수비는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형우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팀의 5-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최형우의 헌신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구자욱은 3차전 승리 후 최형우의 외야 수비에 대해 "정말 여유 있게 잘하고 계신다. 원래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아니다. 타구 판단도 좋고 안정감 있게 해주신다"고 엄지를 세웠다.
이어 "평소에는 저한테 '네가 뭐 한 게 있냐'고 하시는데 오늘은 잘했다고 해주셨다. 가을야구에서 처음으로 그런 칭찬을 들은 것 같다"고 웃으며 베테랑 선배와의 일화를 전했다.

삼성은 이제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 다가섰다. 88.9%라는 기분 좋은 확률까지 손에 넣었다. 물론 과거의 통계가 남은 경기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양준혁은 돌아온 이듬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이승엽은 복귀 첫해 다시 우승 반지를 꼈다. 최형우 역시 친정팀으로 돌아온 첫 시즌에 정상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의 전설들이 걸어온 길을 최형우도 따라갈 수 있을까. 12년 만의 우승까지 남은 승리는 단 두 번. 최형우가 복귀 당시 품었던 소망도 이제 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