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폐막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종목의 절대강국인 우리나라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6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참가국 메달순위 7위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올림픽 시작 전, 쇼트트랙 대표팀 내에서 발생했던 선수 구타사건과 대표선수의 합숙소 이탈, 그리고 고질적 병폐로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던 파벌싸움 등이 대회에 영향을 미쳐 혹시나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 어떻게 하나하고 내심 불안해했던 빙상계였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부분들이 적어도 얼마동안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스포츠라는 것이 그렇다.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좋게 해석되고, 문제거리가 불거지는 것도 막아준다.
그러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소엔 그냥 넘어갈 사소한 문제도 크게 부풀려져 개인이나 팀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
WBC가 시작됐다. 야구의 국제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닻을 올린 WBC가 각 팀 대표선수의 차출에 따른 잡음과 주최측에서 내세운 투구수와 등판일 제한이라는 몇 가지 불협화음이 끼어들어 매끄러운 출발모습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야구의 국제화가 그 시작을 알렸다는 데에서 대회의 의미를 결코 가볍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막상 대회가 열리고 보니 한 가지 우려도 생겼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었던 차범근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을 치를 당시, 일명 도쿄대첩으로 불리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수비수 이민성의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귀국할 때만해도 차범근 감독은 나라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잇따라 대패하자 그 동안 대표팀의 승승장구에 묻혀 있었던 차범근 독과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터졌고, 결국 벨기에전을 앞두고는 감독이 경질되기까지에 이른 적이 있다. 국민적 영웅이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어제 패배의 빌미가 되었던 실책을 저지른 선수가 오늘은 결승홈런으로 되갚아 어제의 역적이 오늘의 영웅이 되는 일은 자주 있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는 하루하루의 결과나 단기간의 성패로 그 잘잘못을 따질 순 없다.
현재 WBC에는 대표팀을 다각도로 돕기 위한 지원단이 KBO사무국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지난 2월 18일부터 현지에 파견되어 있다. 그들은 아침 6시 기상을 시작으로 현지의 대표팀이 훈련과 경기를 치르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과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반긴장상태에서 선수단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들의 경기결과다. 그 경기 결과는 좋을 수도, 팬들의 기대치에 못미칠 수도 있다. 결과가 예상보다 좋다면 앞서 얘기한대로 모든 것이 좋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했을 경우, 예전의 여타 종목에서처럼 대회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에서 사소했던 문제들이 크게 부풀려 질 수 있다. 그것들은 팬들과 언론의 매서운 질타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물론 실패를 거울삼아 그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대회에서의 거듭된 실패로 연결되지 않도록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위한 제안이나 지적이 아닌, 근거없는 비방이나 여론심리에 이끌린 비판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더더군다나 불과 몇 경기만의 결과를 놓고 그 팀과 선수들의 모든 것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무리다. 자식이 세상에 나가 좌절을 겪고 벼랑끝에 서게 될 때, 부모는 자식을 나무라고 몰아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위로와 격려로써 감싸안는다.
야구대표팀 선수단은 야구팬들에겐 자식과 같은 존재다. 팬들은 야구가 있어 야구팬이라는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며 선수단은 팬들이 있어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팬과 선수는 서로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주는 아주 밀접한 사이다.
이제 결과는 차치하고 고생하고 돌아오는 선수단을 자식을 맞는 마음으로 반겨줄 준비를 하자. 자식을 맞는데 있어 자식이 가져온 선물이 전혀 중요하지 않듯이….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