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WBC 잔치'는 끝났다. 잔치는 끝났지만 현재의 붐을 이어가 한국야구가 앞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일본을 꺾은 지금의 실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하며 세계 야구 강국의 지위를 누리기 위해선 야구인은 물론 모든 관계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열기를 되새김하면서 한국야구가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1)돔구장 한 개보다 문학구장 5개가 낫다.
"이렇게 좋은 야구장에서 뛰다가 한국에 가면 선수들이 할 맛이 날까요. 우리 처지에 돔구장보다는 현대식 구장을 더 짓는 게 낫습니다. 물론 돔구장도 갖고 날씨가 추울 때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는 시즌 중 마음껏 선수들이 뛰고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관전할 수 있는 깔끔한 시설의 야구장을 짓는 게 훨씬 좋습니다. 그래야 지금의 WBC 4강으로 이룬 업적을 한국 프로야구 발전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지난 1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이 끝난 후 한국대표팀의 한 고참 선수가 솔직하게 밝힌 말이다. 이 선수는 일본 후쿠오카 합동훈련 때부터 도쿄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그리고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를 밟으면서 느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돔구장 한 개 지을 비용이면 인천 문학구장 같은 현대식 구장 5개를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돔구장 달랑 한 개 지어서 한두 개 구단이 홈구장으로 쓰는 것보다는 여러 곳에 문학구장같은 시설의 구장을 지으면 더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 현재로서는 돔구장보다는 현대식 구장을 증설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견은 비단 이 선수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있는 야구인들은 한결같이 우리 현실에 돔구장을 짓기보다는 그 비용으로 현대식 구장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야구인들은 돔구장은 건축 비용이 8000억 원 이상 소요되고 시간이 걸리지만 현대식 구장은 땅만 있으면 2000억 원 안팎에 건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인천 문학구장처럼 3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으로 으리으리하게 지을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마이너리그 트리플A나 더블A, 혹은 스프링 캠프의 시범경기를 치르는 구장들처럼 2만 명 내외 수용 규모에 아담하고 깨끗하고 편의 시설을 갖춘 구장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미국 야구장들은 편의 시설과 상업 시설을 다 갖추고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건축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관중들에게 불편함이 없고 안락한 상태에서 야구를 볼 수 있고 선수들도 잘 관리된 천연잔디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게 미국 야구장들이다.
다행히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WBC에서 보여준 한국야구의 우수함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야구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신 총재는 지난 2월 취임 때부터 '돔구장 건축 및 야구장 현대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혀왔는데 이번 한국팀의 4강 진출로 야구장 건설을 위한 작업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고 선뜻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는 '돔구장 건설'에 매달리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기업이나 구단의 모기업 등에서 앞장서서 건축이 가능한 현대식 구장을 건설하는데 매진하는 것이 더 빨라보이는 시점이다.
우리 야구인들이나 선수들이 미국과 일본에 가면 '우리는 언제나 이런 좋은 야구장을 한 구단에 한 개씩 가질 수 있을까'라는 부러움에서 과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