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막을 내린 WBC는 주최국인 미국위주의 대진방법과 대회규정 등 여러가지 면에서 지적할 부분이 많은 대회였지만, 무엇보다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 미국심판의 잇달은 오심사건이다.
결과적으로 오심의 수혜자인 미국은 4강에도 오르지 못한 채 탈락하고, 반대로 최초의 오심 피해국인 일본은 대회규정의 덕을 입으며 우승에까지 이르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심사건을 그냥 없었던 일로 넘기자니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오심사건은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WBC의 오심은 그 정황이나 심판원의 대처방법을 돌이켜보면 단순한 오심으로 해석하기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사람이 하는 운동경기에서 오심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오심이 일어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첫째는 심판의 위치가 나빠서 일 때가 많다. 정확히 상황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미처 잡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사실과 다른 판정이 내려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는 인간의 능력으로 판단해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났을 경우다. 낮경기에 파울 폴대 위로 까마득히 날아가는 타구를 홈런인지 아닌지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태양이 타구방향과 일치해서 넘어가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또한 타자의 배트가 공에 스쳤는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파울판정 역시 아주 어렵다.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봐도 긴가민가 하는데 현장에서 육안으로 이를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는 심판원의 자질 미숙이다. 대부분이 쉽게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을 감각이나 상황판단 미숙으로 전혀 엉뚱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다.
이상 세 가지의 공통점은 심판원이 열심히 보려 했지만 결과는 전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오심이다.
그러나 오심이 심판의 고의적인 의도로 내려진 판정이라면 이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가 된다. 단순한 오심은 한 경기를 망칠 수 있지만, 의도된 오심은 한 경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대회나 종목자체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일본과 미국전에서 3루주자의 리터치가 분명히 포구 뒤에 일어났음에도, 그리고 이를 2루심이 정당한 리터치였다고 판정을 내린 상태에서 자국팀인 미국감독의 어필이 있자 주심이 기다렸다는 듯이 3루주자를 아웃으로 판정한 것.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전에서 누가봐도 노란색의 파울폴대(굵기도 엄청 굵은 폴대였다)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타구를 규칙에도 없는 2루타로 판정해버린 일은 앞에 나열한 오심의 3가지 이유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 두 번의 어이없는 오심이 동일인의 판정이었다는 점, 그가 미국인이라는 점, 피해국 모두가 미국과의 경기였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오심이라고 좋게 봐주기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비뚤어진 애국심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더 기가막힌 것은 그가 거듭된 오심에도 잔여 경기에 계속 심판원으로서 출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오심의 주인공인 ‘밥 데이빗슨’이라는 미국 심판원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보다도 더 그 이름을 만천하에 알렸다.
기록원 역시 타구 판정 때 선수나 심판원에 가리거나, 위치상 도저히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잘못된 판정이 나오게 된다. 특히 낮경기에서 야간경기로 넘어가기 전, 햇살이 그라운드 반쪽에 걸치면 타구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는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오심, 심판원이나 기록원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막지 못했던 오심은 시간이 지나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어느 팀이나 선수를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드는 판정은 세월이 흐른다 해도 팬들에게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판정을 담당하는 심판원이나 기록원이 작심(作心)하고 경기에 덤벼들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의도된 오심은 판정이 아니다. ‘오심(誤審)’ 이라는 호사스런 말(?)을 들을 자격도 없다. 그것은 오심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작심(作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말이다.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