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한화의 신인투수 유현진(19)이 LG전(잠실)에서 프로야구 사상 4번째로 데뷔전 두 자릿수 탈삼진(10개)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1985년 박동수(롯데), 90년 박동희(롯데), 2002년 김진우(기아)의 데뷔전 탈삼진 기록 10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다.
경기가 끝난 후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새내기 투수 유현진에게로 쏠렸지만 뒤로는 이날 마무리로 등판했던 구대성의 등판시기에 따른 해프닝이 숨어 있는 하루이기도 했다.
한화가 4-0으로 앞서던 9회, LG의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한화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구대성의 등판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세이브 기록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등판하는 것이 올 시즌 강력한 세이브왕 후보이기도 한 구대성에게도 좋은 일인 것은 자명한 일.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덕아웃 담당기록원에게 지금 등판하면 세이브가 되는 지를 물었다.
기록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예! 세이브가 됩니다”. 기록원의 조언을 듣고 난 후, 김인식 감독은 의구심 없이 구대성을 올릴 것을 지시했다.
볼넷을 허용한 최영필에 이어 구대성이 마운드에 올랐고, 구대성은 실점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기대대로 신인 유현진의 승리를 깔끔하게 지켜냈다. 구대성의 시즌 3세이브가 기록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구대성의 등판은 세이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기록원을 통해 확인이 된 순간, 덕아웃 기록원은 아주 곤혹스런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에 바뀌어버린 세이브 규칙을 혼동하는 통에 본의 아니게 김인식 감독에게 틀린 조언을 해 버린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날 구대성이 세이브를 추가하기 위해선 루상의 주자가 2명 이상이 있어야만 했다.
잠시, 세이브가 어느 때에 기록되는지 계산하기 쉬운 비공식적 방법(?)을 알고 넘어가자. 규칙서의 아웃카운트나 점수, 주자상황에 따라 판별하는 세이브 관련규칙은 꽤나 설명이 복잡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주 간단한 판별방법이 있다. 두 팀간의 점수 차에서 현재 루상에 있는 주자수를 빼는 방법이다.
점수 차-주자 수가 0, 1, 2 라면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잡고 경기가 끝나도 그 투수에게 세이브 기록이 주어진다.
만일 4 이상이 나온다면 이 때는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 기록을 얻는데 최소한 3회 이상의 긴 투구회수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점수차-주자수가 3이 나왔을 경우다. 이 경우에는 세이브 판별방식이 두 가지로 나뉜다.
1) 3-0에서 주자가 없다면 공식에 의해 일단 3이 나오는데, 이 경우엔 마무리투수가 1회 이상의 투구회수를 기록해야만 세이브가 된다.
그리고 이날 구대성이 등판했던 상황은 4-0(4점 차)에서 주자 수가 한 명이었기 때문에 공식을 따르면 역시 3이 나온다. 과거 1997년까지는 이 경우에도 1회 이상 던지면 세이브가 기록되었다. 그러나 1998년부터 이 부분의 세이브 규정이 강화되었다.
2) 4점 차에 주자 1명, 5점 차에 주자 2명, 6점 차에 주자 3명(계산공식상 모두 3이 나온다)이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최소한 3회 이상(종전 1회이상)을 투구해야 세이브를 주기로 규정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 당일 날 김인식 감독은 덕아웃 기록원에게 잘못된 조언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당사자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4월 13일, 한화는 LG와의 잠실 3연전 마지막경기에서 2-1로 앞서 있던 8회 1아웃 상황에서 구대성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물어볼 것도 없는 세이브 가능 상황.
그런데 느닷없이 김인식 감독이 덕아웃 기록원에게 한마디를 날렸다.
“야! 어제는 구대성이 세이브가 안된다잖아!”
“??……!!”(덕아웃 기록원)
김인식 감독의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차원이 틀리다. 삼진을 당하고 아주 미안한 마음에 잔뜩 주눅들어 되돌아오는 신인급 선수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지만, 결코 당사자가 가볍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한마디도 상상을 초월한다.
“…는 바보!”
KBO 기록위원회 1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