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대통령 선거 중계를 보는듯한 기분이다. 액션을 대표하는 ‘사생결단’과 휴먼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 그리고 정통 멜로 ‘도마뱀’이 한국 토종 영화의 명예를 걸고 27일 동시에 개봉했다.
황정민-류승범 10년차 찰떡궁합 선후배(‘사생결단’) 1번 후보. 조승우-강혜정 최강 연기력 실제 커플(‘도마뱀’) 2번 후보. 신현준-김수미 모자 연기로는 이 둘을 따를 자 없다(‘맨발의 기봉이’) 3번 후보. 붙어도 정말 세게 붙었다. 예전 같으면 서로 피해갔을 영화가 5월 블록버스터, 6월 월드컵 시즌 때문에 한판 승부를 벌인 것이다. 개봉전 예매 순위에서는 ‘사생결단’이 압도적 1위에, 근소한 차로 ‘도마뱀’과 ‘맨발의 기봉이’가 2,3위를 달렸다.
뚜껑을 연 27일, CGV와 메가박스 등 초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사생결단’은 예상대로 독주를 계속했지만 2,3위는 뒤바꼈다. 폭력, 마약, 섹스, 욕설 등으로 18세 관람가를 받은 ‘사생결단’의 빈 자리를 가족 영화 ‘맨발의 기봉이’가 비집고 들어갔기 때문. 초반 개표차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대역전이 가능할지의 여부는 결국 주말 스코어로 판가름난다.
(이번주 비추는 마땅한 대상이 없어서 쉽니다. 영화팬들에게는 좋은 일이겠지요. 피같은 입장료와 천금같은 시간을 잡아먹는 눈속임 영화를 찾기 힘들었다는 얘기니까요)
강추 !!!
■사생결단
감 독 : 최호
주 연 : 황정민, 류승범, 추자현, 김희라
개 봉 : 4월 27일
등 급 : 18세 이상 관람가
시 간 : 117 분
콘돔 가득 마약을 채워서 은밀한 그 곳에 숨긴 배달책 중년 여성. 경찰서 형사과에서 “배째라, 난 마약 없다”고 큰 소리치는 아줌마의 배짱에 후배가 쩔쩔매는 순간, 졸고있던 도진광 경장(황정민)은 아줌마를 자빠뜨려 음부에서 마약을 꺼내든다.
잘나가던 룸살롱 호스테스(추자현). 폭력배 손님이 몰래 마약을 타서 건네준 드링크를 먹고는 중독자의 길로 빠져든다. 8시간을 쉬지않고 섹스에 탐닉하는 그녀. 주사기를 항문에 직접 꽂아서 투약하는 장면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충격적이다.
최호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부산의 마약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마약과 관련해 주위에서 주워들은 ‘~카더라’ 통신을 모티브 삼아 천신만고 끝에 실제 마약반 형사와 마약사범을 만났고 철저한 취재로 현장감이 뚝 뚝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썼다.
다음은 캐스팅. ‘탁’ 치면 바로 ‘억’하는 황정민, 류승범을 캐스팅했다. 연기는 호흡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해도 파트너와 엇박자로 놀아서는 작품이 안나오기 때문. 특히 마산 사나이 황정민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한 마약반 도 경장을 맡아 구수한 사투리로 망가지는 인생을 살았다. 그의 연기는 연기같지가 않은게 가장 큰 미덕이다. 연기파 배우랍시고 어깨와 목소리에 힘이 바짝 들어간 일부 스타(?)들과 차별화했다.
류승범도 자기 나이와 성격, 취향에 딱 걸맞는 역할을 맡아서 신명을 냈다. 마약을 팔면서 자신은 절대 마약을 안하는 독종 마약판매상 이상도. 마약 파는 장사를 수익률 300%의 벤처기업으로 간단히 치부하는 그는 버는 만큼 씀씀이도 거창하다.
이 둘이 마약세계의 거물을 잡기위해 악어와 악어새처럼 손을 잡았다. 도 경장은 순전히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주던 죽은 선배의 복수를 위해서, 이상도는 정보를 파는 댓가로 도 경장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려고 적과의 동침에 들어간 것이다.
뼈속까지 미워하고 혐오하는 ‘짭새’ 형사와 뽕쟁이 마약사범의 발묶고 뛰기. 카메라는 환락과 범죄가 지배하는 부산의 유흥가 뒤골목을 가감없이 넘나들면서 관객들에게 정통 누아르의 참맛을 선사한다.
영화전문기자 mcgwire@osen.co.kr